국내 최대 규모의 골프장인 스카이72 바다코스 클럽하우스에는 뉴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세계적인 선수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TV 골프채널을 좀 보는 사람이라면 익히 들어봤던 잭 니클라우스, 줄리 잉스터, 애니카 소렌스탐, 로레나 오초아, 미쉘 위 부터 한국 골프의 매운맛을 세계에 알린 최경주, 박세리, 박인비, 최나연 등 세계적인 골프 스타들의 방문 사인이나 헌정홀로 그들을 기념하고 있다. 스카이72의 송사가 있기 전까지 이 골프장에서는 LPGA대회가 정기적으로 열리는 국내 최초의 골프장이었다.
필자는 스카이72 김영재 사장을 잘 모른다. 골프장 문을 열던 16년 전에 한 두번 만났던 것이 전부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오랫동안 들어왔었다. 골프에 진심인 그가 최고의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이고, 인천국제공항공사 강동석 초대사장이 그랬던 것처럼 야전침대를 한쪽에 두고 지금도 그렇게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LPGA대회를 중계하던 앵커가 ‘영종도라는 작은 섬이 인천공항과 스카이72 골프장으로 상전벽해가 되면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는 멘트를 들은 적이 있다. 서해 바다에 떠 있던 몇 개의 섬이 하나가 된 영종도. 이곳을 세계적인 도시로 알리는 데에는 인천국제공항의 역할도 컸지만 스카이72의 기여도 빼놓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인천국제공항을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우뚝서게 하는데 공사 임직원과 공항종사자 모두가 헌신했듯이 스카이72를 훌륭한 골프장으로 만들고 세계적인 명소로 또 그 브랜드를 생명처럼 여기면서 정성들여 키워온 1,100여 명의 임직원들과 협력사 직원들의 노력도 인정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원은 눈에 보이는 부동산만 바라보았다. 대법원은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스카이72를 상대로 제기한 ‘부동산인도 소송’에서 “스카이72 사업자는 인천공항공사에 토지 및 건물을 인도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일단락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스카이72는 골프장 영업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며 순순히 물러나기를 거부하고 있다. 과연 이들은 생떼를 쓰고 있는 것인가? 몇몇 언론의 보도처럼 前 정부의 정치권 인사가 스카이72 골프장 운영을 놓고 새로운 사업자에게 운영권을 넘기기 위해 애초부터 현 사업자를 배제하고 공항공사가 입찰을 진행한 것이라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는가. 그들은 폐염전과 바다, 황무지를 일궈 8천억 원의 가치가 있는 골프장으로 만들었고,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정책연구원은 스카이72의 브랜드가치만 3,400억 원에 달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스카이72가 투자금을 회수도 했고 돈을 번 것은 맞다. 돈을 벌었으니 아무소리 없이 나가는 것이 맞는 것인가?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보자. ‘쌀독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다. 곳간에 넣어 둔 쌀이 많아 자기가 넉넉해야 남에게 인심을 쓰고 도와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스카이72는 영종에서 인천공항공사 다음으로 많은 기부를 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금까지 100억 원을 넘게 기부했다. 또 지역사회에는 중구 월디장학회, 경로당, 네 곳의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주민자치회, 보육원, 꿈키움캠프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곳에 기부를 했다. 지역의 단체라면 한 번 쯤은 스카이72에 손을 내밀었고 그들은 외면하지 않았다. 스카이72가 지금까지 지역사회에 기부한 금액이 24억 원이라고 한다.
새로운 사업자가 스카이72를 운영하게 되면 가장 큰 이익을 보게 되는 곳은 인천공항공사다. 그동안 토지사용료만 받던 공항공사는 골프장 시설물을 포함한 임대계약으로 매년 수백억 원의 임대료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문들이 남는다. 매출에 60%가 넘는 임대료를 내면서 새로운 사업자의 곳간이 채워질까? 고용승계를 한다고는 하지만 고용불안을 야기하지 않는 양질의 일자리로 유지시킬 수 있을까? 골프코스 관리요원까지 정규직으로 채용해 세계 최고의 골프코스로 운영하고 있다는 스카이72의 전철을 밟을 수 있을까? 지역사회의 여러 단체들이 행사나 봉사를 위해 새 사업자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비록 법원의 판결은 인천공항공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필자는 스카이72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김창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