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어 교사가 미술평론 분야 대상 수상 이례적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해”
- 공항종사자 전형으로 하늘고 졸업하고 모교서 교편 “지식보다 지혜 가르치고파”
인천하늘고등학교 졸업생이 국어 교사가 되어 하늘고 교단에 섰고, 그 교사는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신춘문예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한국 미술평론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202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비전공자인 국어 교사의 수상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남긴 강희구(29) 교사가 그 화제의 인물이다.
영종도가 고향이나 다름없는 강 교사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 유치원에 다니던 2002년에 다리를 건너와 정착했다. 공항초·공항중을 거쳐 하늘고에 진학했고, 한양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모교인 하늘고에서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영종에서 자라고 배우며, 다시 영종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 것이다.
신진 작가의 등용문인 신춘문예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도전한다. 이번 조선일보 신춘문예에도 역대급으로 많은 작품이 출품되었다고 한다. 국어 교사라면 당연히 시나 소설, 또는 문학평론 도전이 일반적이지만 강 교사는 그 상식을 깼다.
그래서 이번 수상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 미술평론의 경계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미술평론은 미술사나 미학 전공자들의 전유물이었으나 강 교사는 그 경계를 허물고 미술계의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녀가 평론 대상으로 선택한 작품은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의 설치미술 ‘적군의 언어’였다. 작품은 어떤 메시지나 친절한 설명도 없었고, 오직 관객 스스로에게 해석하고 답을 찾도록 요구했다.
강 교사는 이 작품을 통해 “정답이 사라진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조건”을 읽어냈다. 작품이 답을 주지 않는 대신, 관객 각자가 질문을 만들고 해석에 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과 닮아 있다는 것이다. AI가 세상의 모든 정보를 취합해 질문과 동시에 정답을 내어주지만, 그녀는 “중요한 것은 답 그 자체가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시선은 강 교사의 교육관과도 맞닿아 있다. 하늘고 재학 시절, 교과서 밖의 주제를 탐구하고 다양한 융합 교육을 경험한 것이 그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고교 시절 문예창작동아리를 만들고 백일장에 도전하며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게 됐고, 국어 교사를 롤모델로 삼아 교사의 길을 선택했다.
“하늘고는 입시만을 위한 학교가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게 만드는 학교였습니다. 그 경험이 교과 학습의 이해도까지 높여주는 선순환으로 이어졌어요.”
대학에서도 비평 수업을 통해 꾸준히 글을 써온 그녀는, 미술이라는 낯선 영역에 도전하는 데 두려움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 결과가 이번 신춘문예 대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교사로서의 목표 역시 분명하다.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찾는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어른이 되는 것. 2년 6개월간 교사로 근무하며 만난 약 1,000명의 제자이자 후배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선배이자 선생으로서 먼저 경험했던 것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그들과 공감했던 추억은 각자의 추억노트에 기록되었다. 그때의 시간을 반추하며 연락을 해오고 또 그녀를 만나러 학교로 찾아오는 졸업생이 많다는 것이 강 교사의 가장 큰 보람이다.
강희구 교사는 잠시 학교를 떠나 더 많은 경험을 쌓고 꾸준히 글을 쓸 계획이다. 그리고 다시 교단으로 돌아와 학생들에게 더 큰 지혜의 보따리를 풀어내려고 한다.
“계속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말합니다. 정답을 외우기보다,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사람이 되라고.”
하늘고의 제자는 하늘고의 교사가 되었고, 다음 세대에게 ‘사유하며 답을 찾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비전공 국어 교사의 미술평론 대상 수상은, 어쩌면 영종이라는 공간과 하늘고의 교육이 만들어낸 특별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결과인지 모른다. 강희구 교사의 내일을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