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팔레트 위에 솟아오른 ‘달리’의 신기루
- 인천대교에서 만나는 두 개의 세계
서정원의 영종이야기 - (2)
인천대교는 인천 송도와 영종도를 잇는 다리다.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최장 사장교 중 하나. 나에게 이 다리는 관광 명소가 아니다. 육지로 나가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반드시 건너야 하는 생활의 통로다.
육지로 향하는 날이면 나는 늘 연안부두의 해수탕으로 향한다. 반복되는 일상, 반복되는 길.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다리에서는 매번 같은 풍경을 보지 못한다.
영종도에서 송도로 향할 때, 시선은 정면이 아니라 자꾸만 백미러로 흐른다. 앞에 펼쳐진 풍경보다, 뒤에 남겨진 영종 앞바다가 나를 붙잡기 때문이다. 백미러 속 바다는 마치 두 얼굴의 여인 같다. 만조일 때면 세상의 모든 물을 끌어모아 은빛 치맛자락을 아낌없이 펼치고, 썰물일 때면 속살처럼 드러난 갯벌을 숨김없이 내보인다. 채워짐도 비워짐도 모두 자연스럽다. 어느 하나 흉하지 않고, 어느 순간도 경이롭지 않은 때가 없다.
그러나 진짜 마법은 돌아오는 길에 시작된다.
목욕을 마치고 영종도로 향하는 저녁, 하늘은 서서히 라벤더 빛으로 물든다. 그 색은 너무 선명해, 마치 ‘프로방스의 저녁’을 그려낸 한 폭의 명화 같다. 건초에 스며든 라벤더 향이 코끝에 닿는 듯한 착각 속에서, 하루 종일 뾰족해졌던 마음과 몸이 천천히 풀린다. 라벤더와 오렌지, 그리고 터키색이 겹쳐지는 하늘. 그것은 클로드 모네의 팔레트가 통째로 하늘에 쏟아진 듯한 순간이다.
해가 기울수록, 그 황홀한 색채 아래에서 영종도의 윤곽이 서서히 떠오른다. 이때의 영종도는 더 이상 섬이 아니다. 그것은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바다 위에 솟아난 신기루다. 푸른 파도 대신 모래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은 착각.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바다 한가운데서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한 기묘한 감각이 찾아온다.
이 아이러니한 풍경을 매주 건너며, 나는 깨닫는다. 인천대교는 단순한 교량이 아니라는 것을. 이 다리는 모네와 달리가 영종의 문 앞에서 건네는 가장 비밀스럽고도 황홀한 초대장이다.
그러니 독자여, 인천대교를 그저 공항으로 향하는 빠른 통로로만 지나치지 말기를. 잠시 속도를 늦추고,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기를. 그리고 이 섬에 직접 발을 디뎌보기를. 석양과 파도가 숨겨둔 수많은 비밀이 아직도 영종도에는 남아 있다.
Welcome to the Secret Isla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