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없이 앞서간 행정, 피해는 결국 주민들 몫’
- 중구, 자전거길로 잘려 나간 세평숲 복원 주민설명회 개최

300리 자전거 이음길 조성 과정에서 훼손된 세계평화의 숲(세평숲) 복원을 위한 주민설명회가 열렸지만, 주민들은 “사전 소통 없이 밀어붙인 행정의 피해를 이제 와서 주민들이 감당하게 됐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중구는 지난 28일 운서동 행정복지센터 대강당에서 세평숲 복원 관련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는 지난해 11월, 세계평화의 숲이 300리 자전거 이음길 조성 과정에서 훼손되자 주민 반발이 이어졌고, 이에 김정헌 중구청장이 현장에서 사과하고 공사 중단을 지시하며 복원을 약속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운서동 공항신도시 단독주택단지를 둘러싼 세계평화의 숲은 도로 소음과 매연, 해풍을 차단하는 완충녹지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자전거길 조성을 이유로 폭 약 6m, 길이 700여m 구간에서 수백 그루의 나무가 베어지며 숲의 기능이 크게 훼손됐다.
이날 설명회에는 운서동과 세평숲에 관심을 가진 주민 100여 명이 참석해 구의 복원 계획을 지켜봤다. 중구는 훼손된 녹지를 원상회복하고 생태기능 중심의 숲 구조를 복원하며, 조류와 야생동물의 서식환경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낙엽수와 상록수를 교차 배치하고, 교목과 관목을 어긋나게 식재해 다층구조 숲을 조성하며, 잔디 식재를 통해 토양 유실을 방지하겠다는 방향이다. 식재 수목은 2~3m 크기의 중간목 위주로 심을 예정이어서, 과거와 같은 숲의 모습을 되찾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주민들은 자전거길 조성 계획시 제대로 된 설명회나 인근 지역 거주 주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 계획이 확정되어 공사가 진행된 점, 그로 인해 발생한 훼손과 복원 비용이 결국 세금으로 충당되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 주민은 “세평숲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이런 계획이 있는지조차 몰랐다”며 “행정 편의를 앞세운 일방적 추진이 결국 예산 낭비로 이어졌고, 그 부담을 주민들이 떠안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중구 관계자는 “세평숲 복원에는 약 1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인천경제청으로부터 교부된 300리 자전거 이음길 예산 중 일부로 집행할 계획”이라며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예산을 낭비하게 된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설명회에서는 단순 식재를 넘어 걷는 길과 벤치 등을 설치해 ‘치유의 숲’으로 복원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훼손 구간이 도로와 인접해 있어 소음과 분진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한편, 서구에서 영종을 거쳐 옹진군 북도면을 잇는 300리 자전거 이음길 가운데, 신도평화대교에서 공항신도시로 이어지는 구간의 자전거길 노선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중구 기반시설과는 기존 자전거도로를 활용해 노선을 연결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주민들은 “학교와 주거지 인근으로 라이더들이 대규모로 이동할 경우 안전 위험만 키울 뿐”이라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중구는 해당 자전거길 노선과 관련해 추가 주민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사전에 계획을 확정하고 주민 동의를 받는 형식적인 요식행위가 아니라 계획 수립 단계부터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사전 소통이 행정의 기본’주문을 하고 있다.
이번 세평숲 사태는 주민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추진된 행정이 결국 환경 훼손과 예산 낭비, 주민 갈등으로 되돌아온 사례로, 향후 영종 지역 개발 정책 전반에 중요한 교훈을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