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2-06(금)

버려진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 예술가

- 백운산 자락 나무 공방 김종국씨의 ‘솟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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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6.01.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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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결을 품은 솟대를 들고 작가는 고요한 위로의 시간을 마주한다.

 

운북동 백운산 자락에 자리한 한 집에는 독특한 솟대가 걸려 있다. 나무 끝에 새가 앉은 듯한 그 솟대는 집을 지키는 표지이자 주인의 삶을 비추는 상징처럼 서 있다.

 

그 집의 주인 김종국 씨는 스무 해를 공항에서 보냈다. 속도와 긴장 수많은 얼굴이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던 자리. 그는 어느 날 삶의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속도의 세계에서 느림의 세계로 옮겨온 순간 그 앞에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나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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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숲의 적막 속, 그는 오래된 나무의 껍질을 벗기며 느림의 시간을 연다. 손끝에서 시작된 결은 곧 하나의 생명이 되어 솟대를 향한 길을 만든다.

 

나무는 조용하다. 말하지 않아도 기다려준다. 굽은 줄기, 갈라진 뿌리와 껍질이 벗겨진 나무들. 그는 그 속에서 새를 찾았다.

고집스러운 감나무는 뾰족한 새가 되고 오래된 뿌리는 날개가 된다. 솟대는 원래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장대였다. 하늘과 인간을 잇는 새가 그 끝에 앉았다.

 

그러나 그의 솟대는 조금 다르다. 버려진 나무가 다시 태어나 가족이 되고 위로가 된다고 말한다. 

 

“버려진 나무가 새로 태어나는 걸 보면 저도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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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흔적을 품은 나무들이 새를 얹고 솟대로 태어났다. 그의 손길을 거쳐 하늘을 향해 오를 준비를 마친 작은 희망들.

 

공항에서의 긴장된 세월은 그의 몸과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늘 바쁘고 사람들 사이의 소란은 결국 그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 아픔은 나무 앞에서 비로소 녹아내렸다. 생명이 다한 나무를 어루만지며 그는 자신의 상처를 다독였다. 솟대는 단순한 민속의 상징이 아니라 치유의 언어가 되었다.

 

공방을 찾는 사람들은 작품만 보러 오는 것이 아니다. 삶의 흔적이 담긴 나무, 위로가 되는 새, 조용한 온기를 느끼러 온다. 그는 솟대가 그려진 자그마한 잔에 차를 내어주며 나무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옆에 항상 자리한 아내와 딸 그리고 이어지는 삶의 이야기가 공방을 따뜻하게 채운다. 그 순간 공방은 작은 박물관이 아니라 마을의 기억을 품은 공간이 된다.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나무와 새가 다시 살아나는 풍경이다.

 

“나무에서 무한한 생명력을 느낍니다. 오랫동안 나무와 함께했던 이유는 하나 하나 마다 다른 그 매력에 빠졌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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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치마를 두른 김종국 작가는 나무 앞에 서서 오늘도 하늘을 향한 새 한 마리를 깎아낸다.

 

휘리릭 불어오는 백운산의 겨울바람은 참 담백하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눈발이 나무의 결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화려한 장식 대신 오래된 그리움을 품은 듯 맑고 이완된 공기를 건네준다. 나무의 결마다 새겨진 시간, 손끝의 흔적.

 

오늘, 나무는 그를 다치게 했다. 찢어진 무릎에서 흐르는 피를 그는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감사의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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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찻잔을 들고 앉은 그의 손끝엔 나무를 깎던 고요가 머물러 있다.

 

나무가 건넨 상처는 삶을 깨우는 신호였다. 작가는 그 아픔 속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버려진 나무에 새를 달며 그는 오늘도 살아간다. 삶의 아픔을 승화시키며 치유의 느림 속에서 위로의 언어를 새긴다. 

 

“나무마다 독특함이 있듯, 사람들도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어요. 그것이 어우러지면 다양한 행복이 꽃을 피우겠지요.”

 

그의 솟대는 하늘을 향해 뻗어 있지만 그 뿌리는 사람의 마음에 닿아 오늘도 희망을 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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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흔적을 품은 나무들이 새를 얹고 솟대로 태어났다. 그의 손길을 거쳐 하늘을 향해 오를 준비를 마친 작은 희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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