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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06.1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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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절반을 보낸 6월의 중순,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마음도 지쳐가고 몸마저 무거워진 날 잠시 시간을 내 백운산을 찾았다. 백운산 정상까지 오르면서 땀을 흘리기는 부담스럽고 숲이 내어주는 포근함에 잠시나마 안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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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고등학교에서 백운산으로 오르는 길. 300미터 남짓 마사토가 깔린 맨발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양말을 벗고 흙의 촉감을 느낀다. 굵은 모래에 발바닥이 화끈거리기도 하지만 그것이 혈액 순환에 좋은 지압이고 건강해진다는데 만족하며 작은 통증을 즐긴다. 어떤 사람들은 마사토 대신 황톳길을 만들어 달라고 얘기한다던데 그것은 한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마사토는 비가와도 물기를 흡수해 걷기가 편하지만 황토는 진흙밭이 되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마를 때까지 이용하지 못하는 단점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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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산책길이 끝나고 몇 분을 더 걷자 백운산 자락 넓은 부지에 나무로 만든 여러 곳의 쉼터가 보인다. 중구에서 조성해 최근 개장식을 연 백운산 치유림이다. 파고라도 있고 야외테이블과 넓은 데크도 마련되어 있다. 곳곳을 연결하는 산길은 맨발로 걷는 흙길을 조성해 놓았다. 치유림에서 여유롭게 숲캉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 스트레스는 털고, 삶의 에너지는 충전하고


오래된 숲이나 정원에 들면 오감이 싱싱해진다. 새들의 지저귐과 바람 소리는 귀를 활짝 열어준다. 알싸한 나무향이 폐부의 묵은 앙금을 털어 내니 마음이 절로 느긋해진다. 숲에는 자연이 주는 휴식과 위안이 있어서 숲을 찾아 교감하는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이다. 요즘은 숲과 바캉스의 합성어인 ‘숲캉스’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고 한다. 하지만 영종에서는 이렇게 잠깐 시간만 내면 숲을 즐길 수 있으니 얼마나 축복받은 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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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먹이 눈에 들어와 편안하게 누워 보았다. 나무와 하늘을 이불 삼아 잠시 눈을 감고 숲이 선물하는 여유를 즐긴다. 산새들의 지저귐은 정겹고 까마귀의 큰 울음소리도 도시의 소음에 비하면 애교처럼 들렸다. 곧 매미들의 합창으로 산은 가득 찰 것이다. 요즘은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숲에서는 잠시 꺼두는 것이 어떨까 싶다. 새소리, 풀벌레 소리,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이런 것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자연의 소리인데 굳이 볼륨을 높여 ‘나 이런 음악 듣고 있어’를 강조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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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게 뻗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삶의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보였다. 참나무는 짙은 초록의 잎을 펼쳐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고 있었다. 숲 예찬론자들은 이렇게 초록 잎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일으켜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것이 맞는 것 같다. 숲에서 한두 시간 남짓 보냈을 뿐인데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스트레스는 보내고 숲의 에너지는 충전한 기분이 들었다.  

 

등산만 생각했던 백운산을 이렇게 치유림을 만들어 잠깐 들려서 쉴 수 있게 해 준 구청 공무원들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반대편 영종자이 근처에도 숲 치유림을 더 조성한다고 하니 가볍게 백운산을 찾는 주민들이 더 많아질 것 같다. 

백운산 치유림을 내려오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영종살이가 얼마나 좋은가. 이렇게 가깝게 숲을 즐기고 바다를 만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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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 백운산 치유림으로 잠깐 떠나는 숲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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