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으로 막 괴물이 들어온다.”
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마약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스태프의 요청에 이같이 강력한 경고를 남겼다. 최근 그의 말이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유명 연예인들이 잇따라 불 지핀 마약 투약 혐의 때문이다. 지난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 음료를 건네고 이를 미끼로 학부모를 협박한 일명 ‘대치동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에 대한 국민적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발생한 사건이라 ‘마약 청정국’이라 불리던 대한민국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새로운 형태의 마약이 생산·유통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교묘한 수법의 마약 밀반입이 급증하고 있다. 2023년 8월 기준, 마약 사범은 매월 2,500명씩 발생하고 있으며, 2018년 기준 661명이었던 마약 사범은 지난해 1,004명으로 51.8% 늘었다. 이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62.8%에 달할 정도로 젊은 층의 마약 문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약 사범은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거나 단속에 걸리지 않는 평균 암수율(실제 발생한 범죄 건수 대비 수사기관에 의해 적발된 범죄 건수의 비율)을 약 28.5배로 잡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마약의 검은 그림자가 미래세대인 청소년에게까지 뻗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19세 이하 마약 사범은 지난 5년간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마약 사범 증가율인 45%의 약 5배에 달하는 충격적인 수치다. 인터넷을 통한 손쉬운 마약 거래, 의료용 마약류의 무분별한 처방 및 소비가 확산하며 미래세대인 청소년의 일상까지 위협하게 된 것이다.
정부도 지난해부터 대대적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으나 오직 단속과 검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마약을 전쟁의 대상으로만 삼을 것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고 국가적 차원의 다양한 접근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교와 가정 내에서는 물론이고 지역사회 차원의 다양한 마약 예방 교육을 통해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고 이를 통해 자기조절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정서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주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치료 및 재활을 위해 다양한 사회복귀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재취업 기회도 적극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마약류 중독 상담을 위한 24시간 상담센터의 실질적인 지원도 확대되어야 한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그룹 ‘위너’출신의 가수 남태현은 마약 재활치료 과정 등 자신의 경험담을 솔직히 고백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정부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직접 국무회의에서 챙기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내년도 마약 중독자 치료지원 예산은 복지부가 요청한 예산에서 85%나 삭감됐다. 부디 전쟁만 선포할 것이 아니라 성의 있고 실효성있는 대책도 함께 마련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