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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답이 아닐 수 있다.

장윤석 (하늘사랑의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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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3.05.1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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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은 어린이날! 어린이날에도 요즘 아이들은 마냥 즐겁지는 않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책가방을 메고 “에이고~사는 게 힘들다”하는 말을 듣고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서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꼬마는 무엇을 힘들어할까요? 맞습니다. 공부가 젤 힘들다고 하네요. 어떤 아이는 엄마가 뱃속에서부터 영어를 시켜서, 알파벳이 탯줄에 걸려서 힘들었다고 합니다. 어린이집 다닐 때는 명절 때 친가와 외가에서 공연을 하는데, “배운 거 해보라” 할 때 젤 힘들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초등학생은 대학생보다 매일 1시간 이상 더 공부를 많이 한다는 통계청의 통계도 있습니다. 공부를 안 하면 엄마가 아이를 앉혀놓고 질문합니다. “엄마가 왜 사는지 아니?” 왜 산다고 할까요? “니 때문에 산다”라고 합니다. 아주 어릴 때는 “내가 니 때문에 산다”라는 말을 들으면 좋아서 ‘엄마 내 꺼’ 하지만, 조금 더 크면 ‘그냥 엄마의 삶을 찾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엄마는 모임에서 자녀 사진 한 장으로 자기소개를 합니다. 자녀에 대한 이야기가 곧 자기소개이며, 자기 생애라는 것입니다. 이러니 아이들이 숨이 막히고 맘고생이 많습니다. 이런 삶을 아이들 말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고 합니다. 그런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그어놓은 성적의 선에 미치지 못하니, 자존감까지 바닥을 치게 됩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라도 존재감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 ‘내 인생은 망했다.’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 이야기하면 부모의 마음은 갑자기 불안해집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할 줄 알았는데, 괜찮대요. 이유인즉 나만 망한 것이 아니라, 친구들이 다 같이 망하고 있기에 그나마 위로가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면서, 그렇게 하는 공부가 무슨 의미인지 답을 해주는 어른이 잘 없습니다. 그냥 해라, 성적 잘 받아놓으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말만 합니다. 아이들도 자신과 통하는 어른을 만나서 의미를 알고 싶고 묻고 싶지만, 어른들은 엉뚱한 방식으로 말을 합니다. “했냐 안 했냐?”, “맞고 할래, 그냥 할래?” 이런 소통은 대화가 아닙니다. 해외로 가족 여행을 다녀온 아이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4박 5일 여행 중에, 낮에는 관광, 저녁에는 학습지, 마지막 5일 치 학습지는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문제를 풀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공부 때문에 힘듭니다. 아이들을 부모가 갖고 싶어 하는 1등급 성적표를 주지 못하는 불효자로 만들어서 되겠습니까.

우리 자녀 세대는 사회구조가 우리 세대와 완전히 다릅니다. 명문대 나오면 취직하고 승승장구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챗GPT가 빅데이터에 저장된 정보를 입맛대로 다 정리해주는 시대입니다. 누가 더 오래 앉아 있고, 누가 더 암기를 잘하는지로 서열을 정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공부 안 해도 지식과 정보는 얼마든지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자녀들의 신앙과 인성에 신경 써야 할 때입니다. 아이들이 하나님의 풍성한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꿈을 꾸며 자라도록 해야 합니다. 고교 2학년인 막내가 드럼을 전공하겠다며, 드럼만 치고 앉아 있는 모습이 행복하게 보입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덩달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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