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감사 주일의 단상

장윤석 (하늘사랑의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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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11.2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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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수 감사 주일에는 감사를 글이나 그림처럼 자신이 가진 여러 가지 재능으로 표현해 보자고 광고했습니다. 그렇게 모인 작품들을 보았습니다. 지구상에 하나뿐인 작품들이어서 우열을 가릴 수 없었습니다. 글자 수를 고려해서 그중에 하나를 소개합니다.


순례자의 여정과 고백 ○○○ 권사


알람 소리에 새벽 단잠이 깼습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이 새벽을 어둠의 한 발악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제일 먼저 성경을 몇 장 읽고 나서 어둠 속에서 교회로 향합니다. 하나님께 기도로 마음을 쏟아내고 교회를 나서면 어느새 어둠은 물러가고 하늘에는 별 대신 솟아난 동녘 해와 탁 트인 쾌청한 하늘이 보입니다. 상쾌한 공기 속에서 조용한 거리를 걸으며 하루 일과를 되뇌어 봅니다.


보람찬 하루도 있지만, 그저 그냥 지나간다고 할까. 정말 멋이 없는 하루를 보낼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성령의 많은 기도와 감사, 이것이 내게 주신 하나님의 많은 은혜요, 내 마음의 고백이요, 내 입의 노래입니다. 하루의 마지막은 꼭 성경을 몇 장 읽고 시편 23편 말씀을 암송합니다. “목자 되신 하나님, 나는 당신의 양입니다!”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 (시편 127:2).” 이 말씀을 계속 되뇌다 보면 어느새 잠이 든답니다. 이렇게 해서 저의 하루는 하나님과 연결됩니다. 젊을 때는 이 연결을 잘 몰랐지만, 이제 나이 연한이 기울다 보니 하나님과 나와의 이 연결이 참으로 좋습니다.


연로하신 권사님께서 평범한 일상을 덤덤히 표현하신 글입니다. 이 글뿐만 아니라, 작품 하나, 하나를 보면서 참 감사했습니다. 김현승 시인의 <감사하는 마음>이란 시의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감사하는 마음 ― 그것은 곧 아는 마음이다!


내가 누구인가를 그리고 / 주인(主人)이 누구인가를 깊이 아는 마음이다。


그렇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아는 마음입니다. 사람에 대한 감사도 상대방을 아는 마음, 곧 그를 이해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글을 읽으며 아침까지 새벽기도를 하시고 걸어가시는 권사님의 뒷모습과 그 일상이 그대로 그려집니다. 권사님을 알기 때문이지요. 마지막 줄 “연한이 기울다 보니 하나님과 나와의 이 연결이 참으로 좋습니다” 이 부분이 와 닿습니다. 제가 작품을 내신 분들을 알고 이해하고 읽기에 더욱 감사가 깊어집니다.


저는 언제부터인가 자연이 눈에 들어와서 깊은 감동을 하고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교회 뒷동산을 산책하다가 겹겹이 쌓인 낙엽을 밟는 소리와 깊게 물든 나무들을 보면서 감탄합니다. 권사님의 연세에 비할 바 못 되지만 나이 때문인 듯 합니다. 어찌 되었건 감동, 감탄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 같습니다. 작은 일에도 감동받고 감탄하며 감사하는 것이 나이 때문이라면,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하나님의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두근대면 무죄! 설레지 않으면 유죄!” 우리가 하나님께 예배하는 일에도 이 말을 적용해 볼 수 있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일상의 삶에도 적용할 수 있겠습니다. 또 목회자로서 교우들과의 만남에도 적용해 볼 수 있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예배를 통하여, 이 일을 통하여, 이 만남을 통하여 어떤 선물을 예비하고 계실까!

두근대면 무죄! 아무런 기대도 감사도 없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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