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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5.11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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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신부들은 남편을 오빠라 많이 부르는데, 오랜 관습 탓인지 ‘오빠’라 부르는 것이 나에게는 어색하게 들린다. 우리 부부가 신혼 때 아내가 나를 ‘승식씨’라고 부르다가 당숙에게 혼나고 둘이 마주 보고 앉아 ‘여보, 당신’이라고 부르는 것을 연습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처음에는‘여보, 당신’이라 부르는 것이 무척 어색했지만, 몇 번 시도하다 보니 익숙해졌다. 남편을 ‘아빠’라 부르는 친구 부인도 있다. 자식도 부인도 그 친구를 아빠라고 부르겠구나 싶다. 나는 며느리를 어떻게 부를까 고민하다가, 본인에게 물어본 후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집안 친척들과 관련된 호칭이 너무 많아 복잡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각기 이름을 가지고 있다. 우리들의 이름은 가계(家系)의 이름인 성과, 개인에게 부여된 이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성이 박가고 주어진 이름은 승식이다. 이름과 더불어 내가 속한 집단과 직책에 따라 많은 호칭이 나에게 주어져 함께 불린다. 군대에서는 박 중위로, 회사에서는 직책에 따라, 학교에서는 박 교수 등으로.

최근 대통령의 부인 호칭에 대해 기사화된 일이 있다. 문대통령 부인을 김정숙씨라 불러 문제가 된 적이 있고, 모 방송사가 방송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박근혜씨’라고 불러 논란을 빚었다. 존칭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일전에 지인들과 식당에 갔는데, 지인은 일하시는 여자분을 ‘여사님’이라 불렀다. 그동안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아주머니, ‘이모’ 또는 사장님’ 등으로 불렀는데, 갑자기 듣는 ’여사님‘이라는 호칭이 좀 어색하게 들렸다. ‘여사‘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여자를 높여 이르는 말‘로 풀이되어 있었다. 상대를 높여 불러 손해 볼 일은 없으니 호칭도 인플레이션 되는구나 싶다.

호칭은 장식품 혹은 포장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포장을 바꾼다고 제품 자체는 바뀌지 않고, 제품 가치보다 포장이 지나치면 과대포장이 된다. 요즘 직책에 어울리지 않는 지도자들의 언행을 보면 실망스럽기도 하다.

교직 생활을 하던 친구들과 퇴임 후 모임에서, 교장을 했던 친구가 평교사였던 친구를 ’김선생‘이라 불렀다가 큰 소리가 오고 갔다. 퇴직했는데도 친구들끼리 이름을 안 부르고, 현직에 있을 때의 상하 관계가 있는 호칭을 사용한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가끔 호칭에 예민한 사람들이 있기에 조심스럽기는 하다.

최근 우리나라의 다양했던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한다는데, 우리의 호칭도 시대에 맞춰 단순화 시키면 어떨까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본지 자문위원 / (주)한국크루즈연구원 이사장 박승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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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의 수사학(修辭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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