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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3.30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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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나는 턱수염을 기르고 있다. 여성들이 긴 머리를 짧게 자른다든지 머리 스타일을 확 바꿀 때는 나름 심적 변화가 있다는데, 나는 그동안 습관적인 행동으로부터의 일탈로 수염 기르는 것을 선택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하고 면도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는데 퇴직한 후에도 습관적으로 계속해왔다. 

살아가면서 무엇을 하나 바꿔본다는 것은 쉽지 않다. 남자는 이발소에서 여자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다듬는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남자인 내가 미용실에 처음 갈 때도 쉽지 않았다. 또한 미용실이 한번 마음에 들면 일편단심 그 미용실만을 고집한다. 어떤 분은 영종도로 이사 온 후에도 머리를 하기 위해 예전에 살던 먼 곳을 다녀온다고 했다. 머리카락은 계속 자라는 것이기에 다른 곳에서 한번 시도해 볼만 한데 바꾸기가 쉽지 않다.

 

수염을 기르는 것에 대해 80% 정도의 사람들은 ‘늙어 보인다’ ‘지저분해 보인다’라고 하며 깎으라 하고 극소수 지인들만 괜찮다고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번 해보고 싶다. 

우리나라 기성세대 중 하나인 나는 국가와 조직이 원하는 규범에 따라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개성보다는 표준화된 사회에서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며 살아왔다. 쇼핑센터나 식당에 가서도 가격표부터 확인하고, 정말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도 다음으로 미루곤 했다. 그동안 틀에 박힌 삶을 살아왔기에 혼자 자유롭게 산속에서 생활하는 사람, 부부가 귀촌·귀농해서 사는 사람 혹은 세계여행을 하는 등 본인이 원하는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을 TV를 통해 보면 여간 부럽지 않다. 

 

우리가 어릴 때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고추가 떨어진다고 어른들은 말씀하셨다. 집안 잔칫날 아내가 혼자서 쩔쩔맬 때도 부모님 눈치를 보느라 도와주지도 못했다. 그러나 요즘 남자들은 부엌에 들어가 일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고 요리를 잘하는 것이 멋져 보인다. 내 친구 중에도 요리를 배워 애들이 놀러 오면 요리를 만들어 먹인다고 자랑한다. 

학창 시절에 배웠던 피천득님의 작품 ‘수필’이 생각난다. 똑같이 생긴 꽃잎이 정연하게 달린 멋진 청자연적을 봤는데, 그중에 꽃잎 하나만이 유별나게 약간 옆으로 꼬부라져 있다고 했다. 이것을 균형 속에 있는 파격으로 마음의 여유라 표현하셨다.

나도 이제부터 매일 차려준 음식을 먹지만 말고, 가족이나 친지들이 오면 대접할 수 있는 몇 가지 요리를 배워봐야겠다.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또 하나의 일탈로.


본지 자문위원 / (사)한국크루즈연구원 

박승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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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탈로 새로운 즐거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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