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13

카메라를 바꾸면 사진이 달라진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URL
기사입력 : 2021.01.13 15:00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사진이야기13.jpg


즐겁던 사진 촬영이 재미없어지거나 권태로워졌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경우가 생긴다. 드러난 원인이 있다면 그에 맞게 대응하면 되지만, 간혹 영문도 모른 채 슬럼프는 찾아온다. 이런저런 대처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영감을 주는 출사지로 여행을 떠나거나 고수를 찾아가 조언을 듣기도 한다. 괜찮은 방법이다. 좀 더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카메라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카메라 브랜드나 스펙의 변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카메라 기종을 바꿔 촬영 방식과 시선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대략 세 종류의 카메라를 상황에 맞게 바꿔가며 촬영에 나서보자. 사진 애호가라면 DSLR 카메라, 컴팩트 카메라, 필름 카메라 정도는 갖출 필요가 있다. 이들 카메라는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어 특정 상황에서 강점을 발휘한다. 큰돈 들여 구입한 DSLR 카메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싶겠지만, 카메라 한 대로 모든 촬영에 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아마추어 사진가들은 다양한 출사지를 자유롭게 다니기 마련인데, 그럴수록 장소와 분위기에 맞게 카메라를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사진 취미에 심취해 있거나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대부분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진가들도 많아지고 있다. DSLR이 됐든 미러리스가 됐든 사진가들은 풀 프레임 카메라(이하 DSLR 카메라로 통칭)를 메인 카메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광각에서 망원까지 다양한 렌즈를 촬영 상황에 맞게 교환하며 대응할 수 있는 카메라다. 마음먹고 출사를 나가거나 해외여행을 떠날 때, 전시를 염두에 둔 작품 사진을 찍을 때 사용하는 카메라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고 가격도 고가다. 다양한 기능이 탑재돼 있고 렌즈는 고급 기종을 장착하는 경우가 많아 카메라 자체의 크기와 무게가 상당하다. 따라서 DSLR 카메라를 들면 자기도 모르게 촬영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 카메라 자체에서 우러나는 포스 때문에 남들 눈에 띄고 주목을 받기도 한다. 피사체에 대한 접근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자기가 사는 동네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며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해 보자. 그때 DSLR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면, 남의 눈을 의식하기도 전에 자신에게 먼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골목을 지나가는 고양이, 낡은 담벼락에 묻은 세월의 흔적, 담 넘어 살짝 보이는 앙증맞은 빨래집게를 찍는 데, 큼지막한 DSLR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자연히 사진 찍는 행위는 부담스러워지고, 갑자기 사람이라도 나타나면 움츠려들기 마련이다. 이럴 땐 DSLR 대신 손안에 들어오는 컴팩트 카메라(Compact Camera)를 챙겨보자. 컴팩트 카메라란 흔히 ‘똑딱이’이라고 불리는 셔터만 ‘똑딱’ 누르면 되는 조작이 간편한 카메라를 말한다. 렌즈 교환은 불가능하고, 고정 초점 또는 표준영역대의 줌 기능을 장착하고 있다. 컴팩트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은 가볍고 크기가 작아 휴대가 편하다는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설령 알아차린다 하더라도 DSLR처럼 위압감을 주지 않는다. 그러한 장점은 고스란히 사진가에게는 여유롭고 자유로운 마음을 갖게 한다. 피사체에 거리낌 없이 마주하고 싶을 때, 시내 산책이나 골목길을 걸을 때, 지인들과의 모임에는 DSLR 대신 컴팩트 카메라를 휴대해보자. 최근 휴대폰 카메라의 일취월장하는 성능 때문에 쓰임새가 급격히 적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좋은 화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어 유용하다. 무엇보다 사진 찍는 손맛은 휴대폰과 비할 바 아니다.  


디지털 카메라는 압도적인 화질과 다양한 기능, 촬영 장면의 즉시 확인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반드시 편리한 것만을 좋아하진 않는 법이다. 가끔은 느리고 불편한 것을 감수하려는 마음을 한 켠에 담아두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아날로그 카메라, 즉 필름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필름 현상소도 많아지고 있다. 여전히 아날로그 사진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고, 거칠고 투박한 필름 사진의 매력에 빠져드는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이런 필름 카메라를 슬럼프 극복의 도구로 활용해 보자. 화려하고 선명한 사진에 피곤함을 느낄 때, 고가 디지털 카메라의 첨단 기능에 주눅이 들 때, 필름 카메라를 꺼내 사진 산책을 나가는 것이다. 셔터를 누르자마자 습관적으로 액정 화면을 확인하려다, 아차 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답답함을 참아내고 적응하면서 천천히 피사체를 응시해보자. 정성스레 구도를 잡아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찍으면서 사진의 매력을 다시금 떠올리게 될 것이다. 아마 36장 필름 한통 찍는 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놀랄 것이다. 한참을 기다려 모습을 드러낸 필름 속의 영상을 보며 탄성을 자아내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사진을 가볍고 성급하게 다뤘는지를 깨닫게 된다. 


상황과 용도에 맞게 카메라를 선택하는 것은 좋은 사진을 찍는 현명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그러면 똑같은 촬영 상황에서 카메라만 바꿔도 사진이 달라질 수 있을까? 물론이다. 그래서 사진 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즐겁지 않을 때, 과감하게 카메라를 바꾸는 것을 고려해보라는 것이다. DSLR, 컴팩트, 필름 카메라는 각기 고유한 특성이 있고, 그것은 피사체를 바라보는 사진가의 시선에 영향을 미친다. 단순한 기계의 문제가 아니다. 달라진 카메라는 사진가의 피사체에 대한 태도와 촬영에 임하는 마음가짐에 변화를 가져온다. 사진 촬영이 재미없고 권태로운 게, 혹시 사진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시선에 문제가 생겨서 그런 건 아닐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사진을 바꾸고 싶을 때 카메라를 바꿔 보자. 카메라를 바꾸면 사진이 달라질 것이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4회를 개최했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13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