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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3.2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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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자신이 생각한 것과 비슷한 정보만 받아들이고 다른 것은 배척하는 경향을 ‘인지적 편향’이라고 한다. 이것이 지속되면 확증 편향으로 흐르게 되는데, 확증 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확증 편향은 논리학에선 ‘불완전 증거의 오류(the fallacy of incomplete evidence)’ 또는 체리피킹(cherry picking)이라고 한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나 자료만 선택적으로 제시하는 걸 가리킨다. 마케팅 분야에서 자신의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를 가리켜 체리피커(cherry picker)라고 부르는 것과 통하는 말이다. 논지를 전개하는 사람이나 소비자 모두 접시에 담긴 신 포도와 체리 가운데 달콤한 체리만 쏙쏙 집어먹거나(pick) 체리가 올려져 있는 케이크 위에서 비싼 체리만 골라먹는 걸 빗댄 말이다.

 

얼마 전부터 집권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제1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인 대화방에 본의 아니게 초대(?)되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수도 없이 올라오는 게시글에 ‘카톡’알람 소리를 듣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그들만의 카톡방에서 같은 생각으로 똘똘 뭉친 대화와 주고받는 정보들을 접하는 필자는 그 두 집단 사이의 교집합을 찾기가 어려웠다. 각각의 카톡방에 퍼 나르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 더욱 심각하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의 이름부터 정부의 외교대응, 마스크대란, 현재의 민생경제로 파급까지 각각의 방에서 옮겨다 소비하는 컨텐츠는 극단으로 양분되어 접점을 찾기 어렵다. 검증되지 않은 유튜브 영상은 언론으로 포장되고 그들만의 인식을 더욱 단단하고 견고하게 하는 시멘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는 검색 알고리즘에 따라 평소에 검색하고 시청하던 유사한 내용의 동영상과 글만 추천한다. 계속 같은 유형의 채널과 동영상만 접하게 되면 마치 그것이 전부인양 정보를 소화하게 된다. 일부러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한쪽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물며 세상을 바라보는 창인 뉴스의 경우는 어떨까. 유튜브든 페이스북이든 서로 다른 생각을 마주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보고 싶은 뉴스만 보고, 믿고 싶은 사람의 말만 들으면 어느새 나도 몰래 ‘인지적 편향’에 빠지고 그것이 쌓이면 되돌릴 수 없는 ‘확증편향’의 수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정치적 견해든, 일상에서 벌어지는 의견 차이든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가 쉽지는 않다. 그동안 알아왔던 것을 믿고 판단하는 것이 더 빠르고 편하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을 때도 내 입에 맞는 것만 먹는 편식이 편한 것처럼 말이다. 문제는 마음 편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보편과 상식에서 멀어진다는 것이고, 나중에는 자기들 것만 옳다고 여겨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는 것에 있다.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는 민주주의의 원리는 서로 다른 생각을 수용하는 다원주의와 토론을 통해 서로 다른 생각들의 합의를 추구하는 것에 있다. 이런 민주주의 원리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빅테이터, 모바일 등 스마트한 기술로 우리 삶을 바꿔놓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적용된다. 기술은 이미 저만치 앞서 가는데 우리들의 의식은 아직까지 주판알 튀길 때부터 써 왔던 ‘보수와 진보’, ‘좌와 우’의 편가르기 키워드가 아직도 통용되고 있고, 유효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참 씁쓸한 일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복잡한 사회현상을 단순화 시키고 이분법으로 나누어 결국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려는 부류들이다.
 
따라서 개인들은 상대와 감정의 골이 깊어지지 않게 자신의 확증편향을 검증하고 일부러라도 듣기 싫은 얘기도 듣고,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보면서 ‘편향된 인간’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번 더 강조하자면 상대편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편식하는 습관이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지 않듯이 ‘확증편향’에 기울어진 사람은 더불어 같이 살아야 할 이웃의 절반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이제 선거가 3주밖에 남지 않았다. 영종국제도시에서는 이번 선거가 끝나면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소주 한잔 할 수 있는 그런 이웃이 되었으면 좋겠다.

< 김창근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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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편향을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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