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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마지막회 -
우리는 이미지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온 국민이 사진가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천공항뉴스에서는 전문가만이 누렸던 사진의 세계를 더욱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아마추어의 눈높이에서 사진을 설명한 ‘이호준 사진가의 사진이야기’ 지난해 6월부터 연재했습니다. 사진을 보는 시야을 넓혀준 사진이야기 연재는 이번호를 마지막으로 마감합니다. ‘이호준의 사진이야기’는 당사 홈페이지(www.iaynews.com)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동안 연재해 주신 이호준 사진가님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주) 사진의 이유에 대하여 사진 관련 토론에 참여 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은 사진에 관한 사람들의 생각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토론 참여자들의 의견과 주장은 어긋나고 적정한 타협이나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사진에 관한 논의는 듣는 자보다는 말하는 자가 우위에 서고, 감정 실린 격렬한 논쟁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사진에 관한 단일한 생각, 즉 합의된 담론을 형성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그 이유는 아마도 사람마다 사진을 하는 목적과 사진을 바라보고 규정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상대방의 사진에 대한 생각과 입장을 인정하고 수용하면 소모적인 논쟁이 줄어들지 않을까? 여기서 말하는 ‘사진 활동’이란 ‘사진 찍기’뿐만 아니라 사진 관람, 동호회 활동, 카메라 다루기 등 사진과 관련된 제반 활동을 포괄한다. 사진이라는 동일한 대상을 추구하지만, 사진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럼 과연 사진 활동의 동기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을까? 아마추어 사진가와 사진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사진 활동의 목적과 동기를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요인분석(factor analysis)이라는 통계방법을 이용해 결과를 분석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사진 활동에 대한 동기는 매우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략 여섯 가지로 사진 활동의 동기를 정리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결과는 사진에 대한 생각과 시각이 사람마다 제각각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 활동 동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경험의 공유’로, 사람들이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을 가까운 사람에게 알리거나 공유하고 싶은 심리를 반영한 사진 활동이다. “특별한 경험을 기억에 남기고 주변에 알리기 위해서”, “페북 등 SNS에 기록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위해서”, “내가 본 것을 지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간 곳, 내 모습, 내 기분, 추억 등을 남에게 알리고 싶어서”, “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을 담아내기 위해서”,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서” 등이 이에 해당되는 응답자들의 진술이다. 대체로 사진을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매개체로 활용하려는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두 번째 동기는 ‘예술적 재능 발휘’로 자신의 끼를 발산하거나 예술적 행위의 일환으로 사진 활동을 추구하는 것이다. “작가나 예술가가 되고 싶어서”, “예술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사진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느껴져서”, “내가 지니고 있는 예술적 감각을 남에게 보이고 싶어서”, “남들이 나의 사진 재능을 인정해줘서” 등으로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사진을 자신의 재능이나 예술적 욕망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삼는 활동을 보여준다. 세 번째는 ‘일상의 기록’으로 모사나 재현성이 뛰어난 사진의 특성을 일상생활에 활용해 기록의 수단으로 사진을 이용하는 것이다. “일기 쓰듯 사진으로 일상을 담아내기 위해서”,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의미를 담기 위해서”, “가족의 일상적 삶을 기록하기 위해서”, “사진을 거울삼아 나를 바라보고 반추하기 위해서”, “여행이나 인생의 동반자처럼 느껴져서” 등이다. 시공간의 고정, 기계 복제성이라는 사진 매체의 특성을 가장 충실하게 반영한 동기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사회관계 확대’로 타인과의 친분이나 사회관계를 확대하려는 욕구로 사진 활동을 하는 것이다. “사진을 통한 동호회 활동에 관심이 있어서”, “사진이 친구를 사귀는데 좋은 매개체가 되기 때문에”, “사진을 통해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등이 이에 해당된다.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는 SNS, 사진 동호회, 사진 강좌 등 다양한 사진 활동에 참여하는 현상을 설명해주는 동기 유형이다. 다섯 번째 동기는 ‘사진 기술에 대한 매료’다. “사진장비를 다루는 것이 좋아서”, “촬영, 현상, 스캔, 보정의 수행 과정 자체가 재미있어서”, “카메라 기능을 활용한 촬영 행위가 좋아서” 등으로 얼리어답터로서 새로운 장비에 관심을 갖거나 사진의 과학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사진 활동 동기는 ‘장면의 소유’로 응답자들이 직접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하거나 타인과 공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주하는 순간의 장면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 체화하려는 심리를 반영한다. “좋은 경치를 눈으로 보고 가슴에 새기기 위해서”, “멋진 장면을 사진으로 남겨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등과 같이 추억과 경험을 소유하려는 욕망을 보여주는 동기다. 이처럼 사진 활동 동기는 6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고, 사진 활동은 대개 이 요인들의 범주 내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물론 이들 동기가 응답자들의 사진 활동을 모두 포괄하거나 설명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만큼 사람들이 사진 활동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고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한 동기 한두 개로 개개인의 사진 활동 이유를 온전히 설명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인간의 심리가 복잡한 것처럼 사진 활동의 이유나 동기도 여러 개를 조합해야 설명 가능한 상황도 생기는 것이다. DSLR 카메라 보급의 확대와 스마트폰 카메라의 상시 휴대는 사진 이미지의 생산과 활용 폭을 크게 확대시켰다. 추억 남기기, 기록, 예술 활동 등과 같은 전통적인 사진의 목적의 더해 공유와 사회관계 확대라는 새로운 활용이 더해지고 있다. 앞으로도 사진은 그 어느 매체보다 일상과 더욱 밀접해지고 쓰임새가 확장될 것이다. 이에 따라 아마추어 사진가들이나 사진 애호가들의 사진 활동 이유나 동기도 더욱 다양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그것은 사진이 그 어느 매체보다 접근이 용이하고 민주적인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진의 쓰임새나 활용 동기에 대해 한두 가지 요소로 단정 지어 정의하고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사진 활동 동기의 복합성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사진에 대한 생각을 수용하는 풍토 속에서 사진문화는 더욱 풍성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4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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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사진이야기 13
즐겁던 사진 촬영이 재미없어지거나 권태로워졌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경우가 생긴다. 드러난 원인이 있다면 그에 맞게 대응하면 되지만, 간혹 영문도 모른 채 슬럼프는 찾아온다. 이런저런 대처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영감을 주는 출사지로 여행을 떠나거나 고수를 찾아가 조언을 듣기도 한다. 괜찮은 방법이다. 좀 더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카메라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카메라 브랜드나 스펙의 변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카메라 기종을 바꿔 촬영 방식과 시선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대략 세 종류의 카메라를 상황에 맞게 바꿔가며 촬영에 나서보자. 사진 애호가라면 DSLR 카메라, 컴팩트 카메라, 필름 카메라 정도는 갖출 필요가 있다. 이들 카메라는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어 특정 상황에서 강점을 발휘한다. 큰돈 들여 구입한 DSLR 카메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싶겠지만, 카메라 한 대로 모든 촬영에 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아마추어 사진가들은 다양한 출사지를 자유롭게 다니기 마련인데, 그럴수록 장소와 분위기에 맞게 카메라를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사진 취미에 심취해 있거나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대부분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진가들도 많아지고 있다. DSLR이 됐든 미러리스가 됐든 사진가들은 풀 프레임 카메라(이하 DSLR 카메라로 통칭)를 메인 카메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광각에서 망원까지 다양한 렌즈를 촬영 상황에 맞게 교환하며 대응할 수 있는 카메라다. 마음먹고 출사를 나가거나 해외여행을 떠날 때, 전시를 염두에 둔 작품 사진을 찍을 때 사용하는 카메라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고 가격도 고가다. 다양한 기능이 탑재돼 있고 렌즈는 고급 기종을 장착하는 경우가 많아 카메라 자체의 크기와 무게가 상당하다. 따라서 DSLR 카메라를 들면 자기도 모르게 촬영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 카메라 자체에서 우러나는 포스 때문에 남들 눈에 띄고 주목을 받기도 한다. 피사체에 대한 접근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자기가 사는 동네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며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해 보자. 그때 DSLR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면, 남의 눈을 의식하기도 전에 자신에게 먼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골목을 지나가는 고양이, 낡은 담벼락에 묻은 세월의 흔적, 담 넘어 살짝 보이는 앙증맞은 빨래집게를 찍는 데, 큼지막한 DSLR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자연히 사진 찍는 행위는 부담스러워지고, 갑자기 사람이라도 나타나면 움츠려들기 마련이다. 이럴 땐 DSLR 대신 손안에 들어오는 컴팩트 카메라(Compact Camera)를 챙겨보자. 컴팩트 카메라란 흔히 ‘똑딱이’이라고 불리는 셔터만 ‘똑딱’ 누르면 되는 조작이 간편한 카메라를 말한다. 렌즈 교환은 불가능하고, 고정 초점 또는 표준영역대의 줌 기능을 장착하고 있다. 컴팩트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은 가볍고 크기가 작아 휴대가 편하다는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설령 알아차린다 하더라도 DSLR처럼 위압감을 주지 않는다. 그러한 장점은 고스란히 사진가에게는 여유롭고 자유로운 마음을 갖게 한다. 피사체에 거리낌 없이 마주하고 싶을 때, 시내 산책이나 골목길을 걸을 때, 지인들과의 모임에는 DSLR 대신 컴팩트 카메라를 휴대해보자. 최근 휴대폰 카메라의 일취월장하는 성능 때문에 쓰임새가 급격히 적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좋은 화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어 유용하다. 무엇보다 사진 찍는 손맛은 휴대폰과 비할 바 아니다. 디지털 카메라는 압도적인 화질과 다양한 기능, 촬영 장면의 즉시 확인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반드시 편리한 것만을 좋아하진 않는 법이다. 가끔은 느리고 불편한 것을 감수하려는 마음을 한 켠에 담아두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아날로그 카메라, 즉 필름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필름 현상소도 많아지고 있다. 여전히 아날로그 사진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고, 거칠고 투박한 필름 사진의 매력에 빠져드는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이런 필름 카메라를 슬럼프 극복의 도구로 활용해 보자. 화려하고 선명한 사진에 피곤함을 느낄 때, 고가 디지털 카메라의 첨단 기능에 주눅이 들 때, 필름 카메라를 꺼내 사진 산책을 나가는 것이다. 셔터를 누르자마자 습관적으로 액정 화면을 확인하려다, 아차 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답답함을 참아내고 적응하면서 천천히 피사체를 응시해보자. 정성스레 구도를 잡아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찍으면서 사진의 매력을 다시금 떠올리게 될 것이다. 아마 36장 필름 한통 찍는 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놀랄 것이다. 한참을 기다려 모습을 드러낸 필름 속의 영상을 보며 탄성을 자아내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사진을 가볍고 성급하게 다뤘는지를 깨닫게 된다. 상황과 용도에 맞게 카메라를 선택하는 것은 좋은 사진을 찍는 현명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그러면 똑같은 촬영 상황에서 카메라만 바꿔도 사진이 달라질 수 있을까? 물론이다. 그래서 사진 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즐겁지 않을 때, 과감하게 카메라를 바꾸는 것을 고려해보라는 것이다. DSLR, 컴팩트, 필름 카메라는 각기 고유한 특성이 있고, 그것은 피사체를 바라보는 사진가의 시선에 영향을 미친다. 단순한 기계의 문제가 아니다. 달라진 카메라는 사진가의 피사체에 대한 태도와 촬영에 임하는 마음가짐에 변화를 가져온다. 사진 촬영이 재미없고 권태로운 게, 혹시 사진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시선에 문제가 생겨서 그런 건 아닐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사진을 바꾸고 싶을 때 카메라를 바꿔 보자. 카메라를 바꾸면 사진이 달라질 것이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4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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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12 -
재현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진의 본질은 무엇일까? 롤랑 바르트는 사진을 “지시체의 발산”으로 정의하였다. 한때 존재했던 진짜 대상에서 빛줄기가 나와 필름에 자취를 남긴 것이 사진이라는 것이다. 사진의 본질이 ‘재현(representation)’이라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사진의 출발 자체가 재현이라는 족쇄에서 화가들을 해방시키는 데서 시작된 것이었다. 사진(기)의 발명 이후 재현은 회화의 핵심 과제가 아니게 되었다. 회화는 재현이라는 기록의 영역을 사진에게 넘기고 감정의 영역, 즉 추상의 세계로 진입한다. 이처럼 사진의 본질이 재현이고, 사진이 재현을 위한 확고부동한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사진은 재현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유가 무엇일까? 초창기 사진이 그랬듯이 혹시 회화를 닮으려는 욕망이 있는 것은 아닐까? 1826년 프랑스의 조셉 니세포르 니엡스에 의해 처음 사진이 발명된 이후, 사진은 끊임없이 독자적인 위상을 갖추려 노력했다. 사진을 미술의 보조 수단으로 한정시키려는 시도에 맞서, 미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예술 장르로 편입시키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전개되었다. 예술로서 인정받으려는 대표적인 움직임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의 회화주의 사진(Pictorial Photography)이다. 이는 회화의 생산 원칙, 생산 과정을 사진의 생산 규범으로 삼은 것으로, 회화와 거의 비슷한 정신적 과정을 통해 사진도 생산된다는 것을 인정받으려는 것이었다. 결국 회화주의를 통해 사진이 예술로서 인정받는 계기가 마련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사진이 회화에 복종함’을 증명한 셈이 되었다. 사진이 그림보다 아래에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회화주의의 한계를 넘어 사진 그 자체, 재현이라는 사진의 본질에 충실하면서 예술로서 위상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나타난다. 1920년대 미국의 스트레이트 사진(Straight Photography)과 독일의 신객관주의 사진(New Objectivity Photography)이 그것이다. 스트레이트와 신객관주의는 기록성과 재현성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사진 표현 방법이다. 예술 장르로서 회화에서 사진을 분리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사진적인 특성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했는데, 그게 재현에 기초한 기록성이고 어떠한 연출이나 효과 없이 피사체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만으로도 예술적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다. 물론 스트레이트 사진과 신객관주의 사진이 지향하는 세계관은 다르지만, 정밀한 세부 묘사, 빛과 음영의 섬세한 재현, 풍부한 계조 표현, 육안의 능력을 뛰어넘는 깊은 심도를 사진적 재현의 특질로 삼았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스트레이트 사진과 신객관주의 사진의 본질적 특성인 재현이 예술적 표현의 핵심이 되기 위해서는 피사체를 단순 모사하거나 복제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 이상, ‘메타 모사’로서 기능해야 하고, 피사체 고유의 외면적 기호에 새로운 ‘기의’를 입힐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육안으로 봤을 때는 그저 평범한 광경이지만, 사진을 통해 표현된 모습은 새롭고 낯선 이미지로 재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사진가의 시각이다. 어떠한 연출이나 변형을 가하지 않으면서도, 피사체 안에 감춰져 있거나 숨겨져 있는 요소를 짚어내, 그것을 재현이라는 표현방식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게 사진을 통해 드러난 이미지는 알레고리(구체적 대상을 통해 추상적 개념을 표현)로서 또는 낯섦으로 독자들에게 예술적 표현으로 수용된다. 최근 국내 사진계에서 재현에 충실한, 소위 스트레이트 사진 작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가들의 전시에서 순수 재현 사진을 만나기 쉽지 않다. 장노출, 저속 셔터, 흔들린 이미지, 과도한 대비, 이미지 합성, 주관적 심정 표현 등 충실한 재현과는 거리가 있는 표현방법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시도들이 문제가 있다거나 예술적 표현방법이 아니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록성과 창의적인 프레임 추구라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사진의 본질에 대한 소홀함이 확산되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것이다. 회화와 동등한 위상으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으려 했던 사진의 지난한 노력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다큐 사진의 위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자기표현 주체로서 개인의 자각, 초상권 중시, 기본권 신장 등으로 다큐 사진의 핵심 피사체인 인물에 접근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인물이 풍경의 소품으로 전락해가는 경향마저 보인다. 그렇다고 다큐 사진의 정신과 가치까지 위축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사진은 강력한 기록매체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기록의 중요성은 간과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세밀하게 현실을 기록하고 시대상을 재해석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창의력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시각으로 피사체를 바라보고, 시대와 사회에 내포된 의미를 드러내는 사진 작업은 여전히 소중하다. 일상에서 무심코 마주치는 정물이나 소품에 대해서도 사진가의 창의적 시각을 통해 피사체 본래의 기능을 넘어 인간 생활에 스며든 삶의 낯선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은 가치가 있다. 예술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항상 혁신적인 표현 방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필립 퍼커스는 “예술이란 관찰과 기록 사이의 좁고도 무한한 공간 안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진 예술가란 끊임없는 선택과 재해석의 결과를 제시하는 사람이다. 그것은 사물 자체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아직 재현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기록정신은 존중되어야 하고 현실에 대한 사유와 재해석을 위한 창의적 재현 작업은 중단 없이 이어져야 한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4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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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두번째
- 사진 구도, 현실의 재현을 넘어 새로운 이미지의 창조로! 기록과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다큐?보도사진이나 실험정신과 창의성의 성취를 추구하는 예술사진은 논외로 하고, 일반인과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지향하는 좋은 사진의 요건은 무엇일까? 단연 구도(composition)라고 말할 수 있다. 제 아무리 좋은 카메라로 선예도와 색감이 뛰어난 사진을 찍었다 해도 매력적인 구도를 취하지 못했다면, 그 사진은 인상적인 평가를 남기기 어렵다. 구도란 프레임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사진 속의 시각적 요소들을 배치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구도는 사진의 토대를 구축하는 일종의 설계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사진이 현실의 재현을 넘어 새로운 이미지의 창조행위로 인정받도록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필립 퍼킨스는 “사진은 눈으로 보여진 통찰”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그 통찰의 힘은 바로 구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사실 구도는 천부적인 소질과 느낌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그렇다고 도달하기 힘든 영역도 아니다. 연습과 학습을 통해 얼마든지 좋은 구도를 만드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역으로 천부적 소질과 감에만 의존하는 사진가는 높은 수준의 작품세계에 도달하는데 한계가 있고, 사진생활의 즐거움을 지속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구도에 이르는 과정은 섬세하고 세심한 주의력이 요구된다. 구도는 다양한 시각적 요소들을 카메라 프레임 안에 넣거나 빼내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그런데 이러한 ‘넣고’, ‘빼는’ 행위는 촬영자에게 늘 고민을 안겨준다. 의도된 연출을 하지 않는 한, 눈앞의 시각적 요소들을 인위적으로 없애거나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프레임 안에 포함시킬 것인지, 아니면 제외시킬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좋은 구도를 위해서는 순간 포착을 위한 신속한 판단 능력도 필요하다.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는 이미 프레임 안의 시각적 요소에 대한 배치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구도는 사진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사진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전달하려는 정보를, 그에 적합한 구도로 표현하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여진 원래 장면과 카메라 프레임 안에 구성된 장면은 전혀 다른 모습과 의미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사진은 태생적으로 소통의 도구(media)가 될 운명을 타고 났다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소통을 위해서는 보는 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이미지 전달 문법이 필요하다. 그러한 문법을 익히는 것이 바로 ‘좋은 구도 만들기’를 연습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럼 과연 좋은 구도를 위해서는 어떠한 점을 고려해야 할까? 사진을 막 시작하는 사람이나 초보자들에게 유용한 몇가지 연습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시각적 이미지를 조화롭고 균형되게 배치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수직과 수평으로 시각적 요소를 배치하고 촬영하는 연습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 수평과 수직을 모두 맞추기 힘들 때는 수직을 우선시 한다. 분명한건 수직/수평 맞추기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가장 먼저 습득해야 할 기법이라는 것이다. 둘째, 여백의 활용을 항상 생각하도록 하라. 대개 좋은 사진은 다양한 시각적 요소를 포함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뺄게 없는 단순한 이미지인 경우가 많다. 욕심은 금물이다. 과감하게 빼고 제거해야 한다. 보여주고 싶은 주제와 이미지에만 집중해야 한다. 나머지 요소들은 굳이 포함시키지 않아도 되는 보조 장치일 뿐이란 걸 명심하자. 셋째, 이번에는 여백을 채우는, 즉 프레임 구석구석을 활용해 보도록 하자. 전봇대, 전선, 간판, 지나가는 사람 등과 같은 일상적 이미지들을 구석구석에 적절히 배치해 이야기가 풍부한 사진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이것은 복잡한 상황에 질서를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여기서도 수직과 수평은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틈나는대로 좋은 구도의 사진을 직접 보고 익히는 것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인터넷을 통해 대가들의 사진을 직접 보고 배우는 것이다. 너무나 유명한 프랑스 사진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작품을 예로 들어보자. 브레송은 순간포착에 능한, “결정적 순간”이라는 말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의 작품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세밀한 관찰과 계산을 통해 완벽한 구도로 촬영된 것들이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발레리나 그림으로 유명한 에드가 드가 같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을 참고하는 것도 좋다. 손과 발의 동작, 시선의 처리, 여백의 활용 등 사진 프레임으로 그대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매주 열리는 사진전시회를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굳이 유명한 작가의 전시회가 아니어도 좋다. 모든 전시회의 사진이 좋을 리 없다. 하지만 미흡한 작품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좋은 구도를 배울 수 있다. 이밖에도 좋은 구도를 위한 연습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이미 검증된 3분할의 법칙 같은 기본적인 프레임 활용방식을 먼저 익히는 게 중요하다. 그러고 난 뒤에 자기만의 파격적인 구도를 시도해도 늦지 않다. 모든 창작행위가 그렇듯 사진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발전할 수 있다. 사진에도 왕도나 지름길은 없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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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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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첫번째
- << 고성능 카메라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모든 국민이 사진가가 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위의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 자신을 찍는 셀카 등 소소한 일상을 담은 사진들이 다양한 카톡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유통되고 있는 이미지의 시대입니다. 특히 디지털 일안 반사식 사진기(DSLR. Digital Single Lens Reflex)는 사진전문가 뿐만 아니라 취미로 사진을 즐기는 일반인들에게 퍼져 국내에 300만대가 넘게 보급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다양한 사진전문 잡지나 사이트가 있지만 대부분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내용으로 아마추어들은 생소한 용어부터 높은 벽을 실감합니다. 기기의 대중화에 발맞추어 사진을 조금더 쉽게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 입니다. 인천공항뉴스에서는 전문가만이 누렸던 사진의 세계를 더욱 쉽게 접근하고 이해 할 수 있도록 아마추어의 시각에서 사진이야기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글을 써 주시는 이호준 사진가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언론학 박사로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무원으로 재직중이며 아마추어 사진가로 활발하게 활동중입니다. 갯벌의 풍경을 찾아 영종도와 장봉도 등 우리지역을 자주 찾는 사진가는 앞으로 글을 통해 독자들의 사진에 대한 이해폭을 넓혀 줄 것입니다. 원고를 기고해 주신 이호준 사진가님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주)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첫 번째 사진 노출, 트라이앵글 법칙 이해하기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어려운 조작 없이 사진 촬영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복잡한 기능을 지닌 DSLR 카메라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간단한 설정만으로 전문가 못지않게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필름에서 디지털 이미지 센서로 기록 매체가 바뀌었을 뿐, 사진이 ‘찍히는’ 과정은 여전히 같은 원리를 따르고 있다. 이러한 원리를 이해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사진생활의 지속성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생의 동반자처럼 두고두고 사진생활을 즐기기 위한 사람이라면 사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진을 ‘빛의 예술’,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 말은 빛이 없으면 사진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은 ‘빛으로 사물을 감지하고 렌즈를 거쳐 필름 또는 이미지 센서에 피사체의 형상과 색상을 구현’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따라서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빛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빛의 양인데, 카메라로 들어오는 광량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노출이라고 부른다. 바로 이 노출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것에서부터 사진생활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사진은 적정한 노출로 촬영된 결과물을 일컫는다. 그러면 과연 적정 노출은 어떻게 측정하고 조절하는가?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노출을 조절하는 여러 장치로 구성되어 있는데, 셔터, 조리개, ISO가 그것이다. 이 셋을 조합해 적정한 노출 상황을 만들어 촬영하는 것이다. 일종의 ‘트라이앵글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요소는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지만 모두 노출에 관여된다는 점에서 서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셔터 속도는 빛이 카메라에 들어오는 시간을 조절한다. 카메라에 표시된 숫자가 클수록 셔터 속도는 빨라지고 그만큼 빛은 적게 들어온다. 조리개는 카메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한다. 역시 숫자가 클수록 빛은 적게 들어온다. 이처럼 숫자가 클수록 카메라 내부로 들어오는 광량이 적어지는 것은, 카메라에 표시된 셔터 속도는 원래 분수지만 편의상 분모에 해당되는 숫자로 표시하기 때문이고, 조리개 수치(F)는 초점거리를 조리개의 지름으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커질수록 빛이 들어오는 렌즈의 구경이 좁아져서 빛이 적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ISO는 카메라가 받아들이는 빛의 민감도를 조절하는 장치다. 필름 카메라는 화학물질을 이용해 필름의 빛의 민감도를 조절하고, 디지털 카메라는 전자 장치를 이용해 빛을 증폭해 민감도를 조절한다. 그런데 요즘 디지털 카메라는 촬영 전에 자동이나 프로그램 모드로 설정하면, 카메라 스스로 셔터 속도, 조리개, ISO 수치를 적절히 조합해 적정한 노출값을 구해 자동으로 촬영한다. 그러면 물을 것이다. 이렇게 카메라가 모든 걸 알아서 해주는 데 굳이 트라이앵글 법칙을 알아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말이다. 이에 대해, 세 가지 장치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기능 말고도 사진의 표현력과 관련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다. 셔터 속도는 피사체의 움직임을 표현하는데 관여한다. 달리는 자동차를 멈춰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찍기 위해서는 사전에 셔터 속도를 매우 빠르게 설정해야 한다. 뒷배경은 흐릿하지만 인물은 또렷하게 찍고자 할 때는 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해야 한다. 이처럼 조리개는 사진에서 초점이 선명하게 맞춰지는 범위를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를 사진용어로 심도라고 부른다. 그리고 셔터 속도와 조리개만으로 광량의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즉 어두운 실내처럼 빛의 양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진을 찍고 싶으면, ISO값을 높여 인위적으로 광량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ISO값을 높이면 이미지가 거칠게 표현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문제는 이 세 장치를 주변의 노출 상황과 촬영자의 의도에 맞게 적절히 조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 중 하나를 조정하면 다른 하나 또는 두 가지를 동시에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날아가는 비행기를 멈춘 것처럼 찍기 위해서는 매우 빠른 셔터 속도가 필요한데, 그러면 노출이 부족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조리개를 좀 더 개방하거나 ISO값을 높여 부족한 광량을 보충해줘야 하는 것이다. 또 연인의 얼굴만 강조하고 뒷배경을 날리고 싶으면 조리개를 충분히 개방해야 하는데, 이때는 과다 노출이 될 수 있다. 이럴 때는 셔터 속도를 빠르게 해서 광량을 줄여줘야 한다. 이렇게 동작의 강조 또는 배경화면의 처리 등 촬영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 셔터 속도나 조리개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결국 사진의 표현력과 창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설령 고성능의 자동 노출 기능이 장착된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인 시대에 사진노출의 트라이앵글 법칙을 모른다 해도, 사진을 찍는데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촬영자가 사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싶거나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 노출 메커니즘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지나칠 수 없는 필수 과정이다. 어느 날 갑자기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응시할 때 셔터, 조리개, ISO의 수치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면, 그날이 바로 초보 사진가를 졸업하는 날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호준 사진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작가소개 :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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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첫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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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네번째
- 사진의 욕망, 예술과 다큐 사이의 줄다리기 사진은 두 가지 욕망을 품는다. 하나는 예술로 인정받는 것이고, 또 하나는 커뮤니케이션 매체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진행돼온 예술 장르로서의 사진의 가능성에 대한 논쟁은 이미 마침표를 찍었다. 사진은 모사와 현실 복제라는 미술의 굴레를 벗어주고, 그 자리를 이어받아 예술로 편입되었다. 사진이 예술로 편입된 이후 미술의 추상화는 급속히 진행되었고 갈수록 실험성이 강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미술의 쇠락을 말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미술은 다양한 영역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사진도 현실을 복제하거나 내용 전달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현대 미술의 길을 따라가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갤러리에 전시되는 사진 작품을 보노라면 이런 게 사진이었나 싶은 것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사진과 미술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사진은 사진이면서 미술이다. 사진이 기록과 정보전달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 매체로서의 역할을 포기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 사진의 기록성과 고발의 사회적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다. 앞으로 동영상 이미지의 쓰임새와 역할이 더욱 확대되겠지만, 한 장의 이미지로 사건과 시대상을 축약하는 사진의 극적인 능력은 쉽게 약화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다큐멘터리 매체로서의 사진의 역할은 유효하다. 이러한 현대사진의 위상을 고려하지 않고, 사진의 예술적 측면 또는 기록과 전달의 기능을 과도하게 강조하거나 일방적으로 정의하려는 시도는 자칫 소모적 논쟁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모든 사진은 무엇인가를 ‘기록하고’ 있으며, 또 사진가의 결정에 따라 찍혀지기 때문에 사진가의 의도를 ‘표현하고’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진가는 평생 예술가와 기록자 사이를 넘나드는 숙명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사진은 예술 장르와 다큐 매체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면서도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한 긴장은 대개 사진의 발전을 추동해 왔지만, 긍정적인 요소만을 내포하지는 않는다. 부정적이고 배타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사고의 틀로 사진을 바라보고 진술한다. 한편에선 사진의 예술적 표현을 강조하고 또 다른 진영에서는 다큐 매체로서의 사진의 역할에 힘을 싣는다. 그 둘의 논리는 매우 상반되고 접점을 찾기 힘든 가치와 철학을 내포한다. “으레 사진은 이런거다”는 식으로 사진의 정체성을 정의하기도 한다. 이러한 연유로 사진은 다른 장르 또는 매체와는 달리 쉽게 타협하거나 단일한 담론을 형성하기 힘든 것이다. 사진에 대한 이러한 논쟁은 치열함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다. 사진의 사회성이나 정치성이 아니라, 한 장의 사진에 대한 논의로 제한해도 그렇다. 마치 이념(ism)에 대한 논쟁처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경우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그 증거는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폄훼와 모욕이 아니면 다행이라 할 지경이다. 이러한 현상은 프로 사진가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초보자들에게도 나타난다. 사람마다 사진생활(작품활동)을 하는 목적과 동기는 다양하다. DSLR 카메라 보급의 확대와 스마트폰 카메라의 상시 휴대는 사진 이미지의 생산과 활용 범위를 크게 확대시켰다. 예술적 재능발휘, 일상의 기록, 사진기술 추구, 추억 남기기 등과 같은 전통적인 사진활동의 목적에 더해, ‘경험의 공유’와 ‘사회관계 확대’ 등과 같은 새로운 동기가 더해지고 있다. 앞으로도 사진은 그 어느 매체보다 일상과 더욱 밀접해지고, 쓰임새가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이미지를 해석하는 능력 없이는 현대 문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시대가 되지 않았는가! 소모적 논쟁을 넘어 사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사진활동의 다양한 목적과 동기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 사진의 발전과 혁신을 위한 토론과 논쟁을 그만두거나 자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위한 노력은 누가 뭐라 않더라도 카메라를 들고 각지를 누비는 현장 사진가들이나, 예술의 영역에서 고군분투하는 작가들이 이미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다양성 추구에 있다. 사진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기 마련이다. 사진가 빌 브란트는 말한다. “사진은 스포츠가 아니다. 규칙이 아니니까.”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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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네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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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사진 이야기 - 세번째
- 프로 사진가들이 입문자들에게 많이 하는 조언 중 하나는 "유명 출사지로 우르르 몰려다니지 말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남들이 다 찍는 똑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재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맞는 얘기다. 그럼에도 나는 유명 출사지 촬영을 적극 권유하고 싶다. 그것은 사진의 즐거움을 체득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여행의 즐거움과 같은 취미를 공유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기쁨을 만끽하는 것은 사진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사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름다운 장면을 소유하고 친구들에게 멋진 풍경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을 갖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찍으면 그림이 되는’ 유명 출사지를 찾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굳이 멘토들의 조언을 되새기지 않더라도, 사진의 재미에 푹 빠져 유명 출사지를 부지런히 쫓아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공허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일종의 식상함이다.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진생활에 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때를 잘 넘기는 것이다. 유명 출사지에 식상함을 느꼈다는 것은 단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볼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복제하는 것을 넘어, 본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유명 출사지를 벗어날 때가 왔다. 사진가 사울 라이터는 “모든 게 사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찍을 게 도처에 널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사진은 특정 장소, 유명 출사지에서만 찍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촬영자의 시각이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사물과 풍경일지라도, 자기만의 시각으로 얼마든지 멋진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럼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나만의 포인트’를 개척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비밀스런 장소나 숨겨진 비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홀로 충분히 시간을 갖고 피사체에 다가가 사진 생각으로 충만해질 수 있는 곳 말한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다. 당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산이나 시내, 골목길 같은 곳이어도 좋다. 원래 신비로운 일들은 친숙한 장소에서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러한 곳은 조금만 개척정신을 발휘하면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이왕이면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좋다. 대중교통은 정확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이동하는 동안 다른 데 신경쓰지 않고 사진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굳이 비행기를 타거나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집에서 반나절 안에 돌아올 수 있는 곳에 자신의 노천 스튜디오를 차리고, 시간날 때마다 들러보자. 나머지 반나절은 찍어온 사진을 바라보며, 촬영 당시의 상황과 분위기를 복기하며 자신의 시각이 제대로 관철됐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러한 촬영과 복기의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는게 사진의 실체다. 그러한 사진생활이 지치거나 싫증나지 않게 나만의 포인트가 도와줄 것이다. 이왕이면 몇 군데 정해 놓고 번갈아 가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한군데만 너무 집중하면 창의력의 빈곤감이 쉬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찍을 게 없다 느껴지면 지체 없이 다음 포인트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러다 한참 후 다시 가보면 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 불현듯 나타날 수 있다. 그렇게 몇군데 포인트를 정해놓고 온전히 집중해보라. 분명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모름지기 인생샷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좋은 포인트와 나쁜 출사지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촬영자의 의도에 부합되거나 그렇지 않은 장소가 존재할 뿐이다. 자신의 시각과 의도를 충족시켜줄 포인트를 찾아내 최선을 다해 촬영에 임해보도록 하자. 그러면 뮤즈가 당신을 찾아올 것이다. 뮤즈는 모름지기 열심히 작업하는 예술가를 선호하며 우리가 최선을 다해 작업하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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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사진 이야기 - 세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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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두번째
- 사진 구도, 현실의 재현을 넘어 새로운 이미지의 창조로! 기록과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다큐?보도사진이나 실험정신과 창의성의 성취를 추구하는 예술사진은 논외로 하고, 일반인과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지향하는 좋은 사진의 요건은 무엇일까? 단연 구도(composition)라고 말할 수 있다. 제 아무리 좋은 카메라로 선예도와 색감이 뛰어난 사진을 찍었다 해도 매력적인 구도를 취하지 못했다면, 그 사진은 인상적인 평가를 남기기 어렵다. 구도란 프레임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사진 속의 시각적 요소들을 배치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구도는 사진의 토대를 구축하는 일종의 설계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사진이 현실의 재현을 넘어 새로운 이미지의 창조행위로 인정받도록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필립 퍼킨스는 “사진은 눈으로 보여진 통찰”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그 통찰의 힘은 바로 구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사실 구도는 천부적인 소질과 느낌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그렇다고 도달하기 힘든 영역도 아니다. 연습과 학습을 통해 얼마든지 좋은 구도를 만드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역으로 천부적 소질과 감에만 의존하는 사진가는 높은 수준의 작품세계에 도달하는데 한계가 있고, 사진생활의 즐거움을 지속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구도에 이르는 과정은 섬세하고 세심한 주의력이 요구된다. 구도는 다양한 시각적 요소들을 카메라 프레임 안에 넣거나 빼내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그런데 이러한 ‘넣고’, ‘빼는’ 행위는 촬영자에게 늘 고민을 안겨준다. 의도된 연출을 하지 않는 한, 눈앞의 시각적 요소들을 인위적으로 없애거나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프레임 안에 포함시킬 것인지, 아니면 제외시킬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좋은 구도를 위해서는 순간 포착을 위한 신속한 판단 능력도 필요하다.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는 이미 프레임 안의 시각적 요소에 대한 배치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구도는 사진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사진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전달하려는 정보를, 그에 적합한 구도로 표현하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여진 원래 장면과 카메라 프레임 안에 구성된 장면은 전혀 다른 모습과 의미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사진은 태생적으로 소통의 도구(media)가 될 운명을 타고 났다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소통을 위해서는 보는 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이미지 전달 문법이 필요하다. 그러한 문법을 익히는 것이 바로 ‘좋은 구도 만들기’를 연습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럼 과연 좋은 구도를 위해서는 어떠한 점을 고려해야 할까? 사진을 막 시작하는 사람이나 초보자들에게 유용한 몇가지 연습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시각적 이미지를 조화롭고 균형되게 배치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수직과 수평으로 시각적 요소를 배치하고 촬영하는 연습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 수평과 수직을 모두 맞추기 힘들 때는 수직을 우선시 한다. 분명한건 수직/수평 맞추기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가장 먼저 습득해야 할 기법이라는 것이다. 둘째, 여백의 활용을 항상 생각하도록 하라. 대개 좋은 사진은 다양한 시각적 요소를 포함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뺄게 없는 단순한 이미지인 경우가 많다. 욕심은 금물이다. 과감하게 빼고 제거해야 한다. 보여주고 싶은 주제와 이미지에만 집중해야 한다. 나머지 요소들은 굳이 포함시키지 않아도 되는 보조 장치일 뿐이란 걸 명심하자. 셋째, 이번에는 여백을 채우는, 즉 프레임 구석구석을 활용해 보도록 하자. 전봇대, 전선, 간판, 지나가는 사람 등과 같은 일상적 이미지들을 구석구석에 적절히 배치해 이야기가 풍부한 사진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이것은 복잡한 상황에 질서를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여기서도 수직과 수평은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틈나는대로 좋은 구도의 사진을 직접 보고 익히는 것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인터넷을 통해 대가들의 사진을 직접 보고 배우는 것이다. 너무나 유명한 프랑스 사진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작품을 예로 들어보자. 브레송은 순간포착에 능한, “결정적 순간”이라는 말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의 작품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세밀한 관찰과 계산을 통해 완벽한 구도로 촬영된 것들이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발레리나 그림으로 유명한 에드가 드가 같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을 참고하는 것도 좋다. 손과 발의 동작, 시선의 처리, 여백의 활용 등 사진 프레임으로 그대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매주 열리는 사진전시회를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굳이 유명한 작가의 전시회가 아니어도 좋다. 모든 전시회의 사진이 좋을 리 없다. 하지만 미흡한 작품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좋은 구도를 배울 수 있다. 이밖에도 좋은 구도를 위한 연습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이미 검증된 3분할의 법칙 같은 기본적인 프레임 활용방식을 먼저 익히는 게 중요하다. 그러고 난 뒤에 자기만의 파격적인 구도를 시도해도 늦지 않다. 모든 창작행위가 그렇듯 사진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발전할 수 있다. 사진에도 왕도나 지름길은 없다. 이호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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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첫번째
- << 고성능 카메라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모든 국민이 사진가가 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위의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 자신을 찍는 셀카 등 소소한 일상을 담은 사진들이 다양한 카톡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유통되고 있는 이미지의 시대입니다. 특히 디지털 일안 반사식 사진기(DSLR. Digital Single Lens Reflex)는 사진전문가 뿐만 아니라 취미로 사진을 즐기는 일반인들에게 퍼져 국내에 300만대가 넘게 보급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다양한 사진전문 잡지나 사이트가 있지만 대부분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내용으로 아마추어들은 생소한 용어부터 높은 벽을 실감합니다. 기기의 대중화에 발맞추어 사진을 조금더 쉽게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 입니다. 인천공항뉴스에서는 전문가만이 누렸던 사진의 세계를 더욱 쉽게 접근하고 이해 할 수 있도록 아마추어의 시각에서 사진이야기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글을 써 주시는 이호준 사진가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언론학 박사로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무원으로 재직중이며 아마추어 사진가로 활발하게 활동중입니다. 갯벌의 풍경을 찾아 영종도와 장봉도 등 우리지역을 자주 찾는 사진가는 앞으로 글을 통해 독자들의 사진에 대한 이해폭을 넓혀 줄 것입니다. 원고를 기고해 주신 이호준 사진가님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주) >> 이호준의 사진이야기 - 첫 번째 사진 노출, 트라이앵글 법칙 이해하기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어려운 조작 없이 사진 촬영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복잡한 기능을 지닌 DSLR 카메라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간단한 설정만으로 전문가 못지않게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필름에서 디지털 이미지 센서로 기록 매체가 바뀌었을 뿐, 사진이 ‘찍히는’ 과정은 여전히 같은 원리를 따르고 있다. 이러한 원리를 이해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사진생활의 지속성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생의 동반자처럼 두고두고 사진생활을 즐기기 위한 사람이라면 사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진을 ‘빛의 예술’,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 말은 빛이 없으면 사진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은 ‘빛으로 사물을 감지하고 렌즈를 거쳐 필름 또는 이미지 센서에 피사체의 형상과 색상을 구현’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따라서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빛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빛의 양인데, 카메라로 들어오는 광량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노출이라고 부른다. 바로 이 노출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것에서부터 사진생활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사진은 적정한 노출로 촬영된 결과물을 일컫는다. 그러면 과연 적정 노출은 어떻게 측정하고 조절하는가?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노출을 조절하는 여러 장치로 구성되어 있는데, 셔터, 조리개, ISO가 그것이다. 이 셋을 조합해 적정한 노출 상황을 만들어 촬영하는 것이다. 일종의 ‘트라이앵글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요소는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지만 모두 노출에 관여된다는 점에서 서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셔터 속도는 빛이 카메라에 들어오는 시간을 조절한다. 카메라에 표시된 숫자가 클수록 셔터 속도는 빨라지고 그만큼 빛은 적게 들어온다. 조리개는 카메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한다. 역시 숫자가 클수록 빛은 적게 들어온다. 이처럼 숫자가 클수록 카메라 내부로 들어오는 광량이 적어지는 것은, 카메라에 표시된 셔터 속도는 원래 분수지만 편의상 분모에 해당되는 숫자로 표시하기 때문이고, 조리개 수치(F)는 초점거리를 조리개의 지름으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커질수록 빛이 들어오는 렌즈의 구경이 좁아져서 빛이 적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ISO는 카메라가 받아들이는 빛의 민감도를 조절하는 장치다. 필름 카메라는 화학물질을 이용해 필름의 빛의 민감도를 조절하고, 디지털 카메라는 전자 장치를 이용해 빛을 증폭해 민감도를 조절한다. 그런데 요즘 디지털 카메라는 촬영 전에 자동이나 프로그램 모드로 설정하면, 카메라 스스로 셔터 속도, 조리개, ISO 수치를 적절히 조합해 적정한 노출값을 구해 자동으로 촬영한다. 그러면 물을 것이다. 이렇게 카메라가 모든 걸 알아서 해주는 데 굳이 트라이앵글 법칙을 알아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말이다. 이에 대해, 세 가지 장치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기능 말고도 사진의 표현력과 관련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다. 셔터 속도는 피사체의 움직임을 표현하는데 관여한다. 달리는 자동차를 멈춰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찍기 위해서는 사전에 셔터 속도를 매우 빠르게 설정해야 한다. 뒷배경은 흐릿하지만 인물은 또렷하게 찍고자 할 때는 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해야 한다. 이처럼 조리개는 사진에서 초점이 선명하게 맞춰지는 범위를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를 사진용어로 심도라고 부른다. 그리고 셔터 속도와 조리개만으로 광량의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즉 어두운 실내처럼 빛의 양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진을 찍고 싶으면, ISO값을 높여 인위적으로 광량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ISO값을 높이면 이미지가 거칠게 표현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문제는 이 세 장치를 주변의 노출 상황과 촬영자의 의도에 맞게 적절히 조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 중 하나를 조정하면 다른 하나 또는 두 가지를 동시에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날아가는 비행기를 멈춘 것처럼 찍기 위해서는 매우 빠른 셔터 속도가 필요한데, 그러면 노출이 부족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조리개를 좀 더 개방하거나 ISO값을 높여 부족한 광량을 보충해줘야 하는 것이다. 또 연인의 얼굴만 강조하고 뒷배경을 날리고 싶으면 조리개를 충분히 개방해야 하는데, 이때는 과다 노출이 될 수 있다. 이럴 때는 셔터 속도를 빠르게 해서 광량을 줄여줘야 한다. 이렇게 동작의 강조 또는 배경화면의 처리 등 촬영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 셔터 속도나 조리개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결국 사진의 표현력과 창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설령 고성능의 자동 노출 기능이 장착된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인 시대에 사진노출의 트라이앵글 법칙을 모른다 해도, 사진을 찍는데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촬영자가 사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싶거나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 노출 메커니즘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지나칠 수 없는 필수 과정이다. 어느 날 갑자기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응시할 때 셔터, 조리개, ISO의 수치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면, 그날이 바로 초보 사진가를 졸업하는 날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호준 사진가(facebook.com/ighwns, ighwns@hanmail.net) 작가소개 :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사진 찍기를 즐기고 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2회 수상하고,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 3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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