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06(금)

문화
Home >  문화  >  영화이야기

실시간뉴스
  • 김주희의 영화이야기 '사냥의 시간'
    코로나 19에 쫓긴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에 의해 구원되다?                                               <사냥의 시간>(2020)은 2월 26일에 극장 개봉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인해 극장 상영이 전면 취소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4월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되기까지의 과정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받은 한국영화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한국영화산업에서의 넷플릭스의 위상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 사건이다.   이 영화는 <파수꾼>(2011)을 연출한 윤성현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윤성현 감독은 독립영화인 <파수꾼>으로 2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파수꾼>으로 윤 감독은 청룡영화상에서 신인 감독상을, 이제훈은 신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사냥의 시간>은 이 둘이 다시 만나면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필자에게 이 영화는 다른 방식으로 시선을 끌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 개봉이 취소되자,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리틀빅픽쳐스가 모든 판권을 넷플릭스에 팔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개봉을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영화도 개봉하고, 영화 제작비라도 회수 할 방법을 찾았던 것이다.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로부터 투자받지 않은 한국영화가 극장 개봉 없이 바로 넷플릭스로 간 첫 사례이다 (연합뉴스, 조재영, 2020. 3. 23). 이로써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 이후로 다시 한 번 한국영화산업에 개입했다. 당시에는 5천만불의 제작비를 제공하면서도 봉준호 감독의 창의성을 보장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한국 주요 영화관들의 <옥자> 상영 거부는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반면, 이번에는 넷플릭스가 투자배급사에게는 구원 투수와 같은 역할을 한 셈이다.   <사냥의 시간>은 IMF 시대에 출구가 없는 젊은이 4명의 이야기이다. 불법 도박장을 털어 해외에서의 새 삶을 꿈꾸지만, 추격자에게 쫓기는 줄거리다. 예고편을 본 후에는 영화를 보고 싶지 않았다. 단지 또 하나의 잔인한 폭력물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시각적인 잔인성보다는 숨을 조여오는 듯한 긴박감에 무게를 두면서 기존의 유사한 영화와 차별된다. 새로운 시도로 보여진다. 그러나, 영화에 잔인한 장면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안심도 되면서 긴박감도 떨어졌다. 뿐만아니라 이야기의 논리 전개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에 판매된 후 리틀빅픽쳐스와 이 영화의 해외 판매를 맡고 있던 콘텐츠판다간의 소송사건은 또 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콘텐츠판다는 약 30여 국가에 <사냥의 시간>을 판매했지만 리틀빅픽쳐스가 계약해지를 통보하자 소송을 냈다. 비록 양사의 합의로 잘 해결되어 넷플릭스에서 <사냥의 시간>을 볼 수 있지만, 이 사건은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제작비 회수를 위한 급한 마음은 잘 알겠지만, 상생의 정신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극장은 여전히 영화 개봉의 중요한 창구이며, 해외 협력사와 협력도 중요하다.   <사냥의 시간>의 개봉과정은 코로나19 라는 생각지 못했던 재난 앞에 영화계가 무방비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울러 영화관에 가기 쉽지 않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현실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영화 개봉의 또 하나의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영화는 반드시 영화관에서만 상영 또는 관람해야 한다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와 같이 비대면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장려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코로나 19사태가 빨리 진정되지 않는 한 넷플릭스로 직행하는 영화가 많아질 수 있다. 극장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는 적대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할 때이다.  <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  
    • 문화
    • 영화이야기
    2020-05-26
  • 김주희의 영화이야기 '컨테이전'
    코로나19와 ‘컨테이젼’     2주 전에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 발생이후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영화 <감기>(2013)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컨테이젼>(2011) 영화가 개봉 당시에는 흥행에 실패한 반면, 안방극장에서는 관객의 선택을 받은 이유를 살펴보겠다. 이 영화의 흥행 비결은, <감기>와 달리 영화지만 내용이 상당히 현실적이면서도 보편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대면 접촉과 손을 통해 감염된다는 점에서 현재의 COVID-19 상황과 유사한 점이 많다. 더 나아가 영화를 보면서 관객이 현재 처한 상황과 공감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작가인 스콧 번스는 WHO를 비롯한 바이러스 전문가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BBC News, 코리아, 2020, 3. 24).   <컨테이젼>은 크게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국 관객이 이러한 주요 부분에 쉽게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 같다. 첫째는 베스(귀네스 펠트로)가 홍콩 출장 후 미국으로 돌아와서 갑자기 사망한 후, 변화된 그녀 가족의 상황과 일상이다(사회적 거리두기와 손 소독하기 등). 둘째는 이 바이러스에 대한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대처이다. COVID-19로 인해 우리는 질병통제센터가 무슨일을 하는 곳인지 알고 있다. 베스 죽음의 원인과 그녀와의 접촉자를 조사하기 위해 미어스 박사(케이트 윈슬럿)를 미네소타로 파견한다. 그리고 백신 개발을 위해 노력한다. 셋째는 WHO의 최초 원인 규명 노력이다. WHO는 최초 감염원 및 감염자를 찾기 위해 박사를 홍콩으로 급파한다. 미국 질병통제센터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국가와 협력한다. 현재의 WHO가 하는 일과 겹쳐진다. 넷째는 이러한 혼란을 틈타 가짜 뉴스 제공을 통해 개인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블로거와 이러한 거짓 정보의 위험성이다. 앨런 크림워드(주드 로)는 개나리가 바이러스 치료에 약효가 있다는 거짓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폭동을 일으킨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의 엄청난 위험성과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즉, 인포데믹 (infodemic)의 현상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DAY 2라는 글자와 함께 미국, 홍콩, 런던에서의 동시 다발적인 급작스런 죽음들과 함께 시작되며, DAY 1이라는 글자와 함께 끝난다. 특히, 영화 마지막 무렵에 보여주는 바이러스 발생 경로는 우리에게 대기업에 의한 자연훼손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아쉬운 점은 영화적 상상이긴 하지만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 (박쥐+돼지)을 7일 만에 발견하고, 12일 만에 배양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 영화가 현실적인 면을 부각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이점은 아쉽다. 더군다나 바이러스 발생 29일째 백신을 찾아내고 약 4개월 만에 일반인에게 추첨을 해 공급하는데 이점도 매우 비현실적이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한지 3개월이 지나도록 바이러스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따라서 현재는 어떤 백신도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백신 발견 및 생산과정의 어려움 그리고 생산된 백신의 배분 문제도 매우 중요함을 일깨워 주었다.   이 영화는 대면 접촉과 손을 통한 감염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와 손 씻기 등을 강조한다. 바로 이러한 내용과 앞에서 언급한 줄거리 구성이 현재의 상황과 공감대를 이루면서 관객의 호응을 이끌었다고 판단된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며, 그들만의 문제도 아니고, 전 인류 공동의 문제라는 인식이 이번에 생겼으리라 기대한다.   <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
    • 문화
    • 영화이야기
    2020-05-06
  • 김주희의 영화이야기 '감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9(COVID-19) 환자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이후로 영화 <감기>(2013)와 <컨테이젼>(2011)이 안방극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두 영화 모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가져온 재난적인 상황을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두 영화의 이야기 전개 구조는 사뭇 다르다. 또한 극장에서 두 영화에 대한 한국 관객의 반응도 매우 달랐다. <감기>가 약 312만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 모은 반면, <컨테이젼>은 22만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하지만, 뉴스엔 기사에 따르면 <컨테이젼>은 IPTV를 기준으로 3월 15일 유료시청객이 극장 관객 22만명을 넘어섰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을까? 이번에는 먼저 <감기>를 논의하고 다음에는 <컨테이젼>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감기>는 <컨테이젼>보다 영화적인 요소에 충실하고 한국인에게 호소력을 가진 영화다. <감기>는 김성수 감독의 작품으로 치사율 100%의 치명적인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우리나라 경기도 분당에만 퍼진 이야기이다. <감기>는 영화 초반부터 이 바이러스에 대한 해결책을 암시해 주고 시작한다.   이 영화는 두 명의 주인공, 소방대원 강지구(장혁)와 감염내과 전문의 김인혜(수지), 그리고 이 둘을 이어주는 김인혜 딸(박민하)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감기>는 재앙수준의 재난 발생 상황에서 구조대원의 의무를 다하려는 남자 주인공과 딸에 대한 미안함과 애정으로 감염된 딸을 살리려는 엄마이자 여의사의 의지를 보여준다. 반면에, 미숙하면서도 무력에 기초한 정부의 대응, 정치인의 무지와 오만, 초기에 미국에 대한 굴종적 태도를 묘사하면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다. 아울러 분당 폐쇄조치 후의 시민의 공포와 혼란을 보여준다. 현재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강지구가 특별한 보호장구 없이 이야기 끝까지 병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점과 수많은 시체가 불타고 있는 속에서 미르를 찾아내는 과정은 영화적 상상이라도 해도 좀 지나치다. 더군다나 감염된 사망자 속에서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있었는데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한편, 영화 절정의 장면에서 김인혜의 딸 미르가 엄마를 보호하는 장면은 가슴이 뭉클하다. 한국 특유의 가족애를 강조한 모녀간의 사랑을 보여준다. 그러나 왠지 이 장면은 <부산행>(2016)의 마지막 장면과 많은 부분에서 겹쳐진다. 아버지와 딸, 임산부가 중심이 된 <부산행>과 같이 가족애를 강조하면서 눈물샘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전염병이라는 새로운 재난영화이자, 모녀의 끈끈한 정에 대한 호소, 강지구라는 소방대원의 헌신, 한국적 특수상황, 그리고 분당 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 그 속에서의 비감염자와 감염자에 대한 인권 유린 등의 요소가 흥행에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영화 <컨테이젼>은 보다 현실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감기>보다 2년 앞선 2011년에 스티븐 소더버그가 감독한 작품이다. 해외에서 입국한 환자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하고, 이와 유사한 상황이 전 세계에서 발생한다. 이 영화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세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우리가 글로벌 사회에 살고 있음을 절실히 깨닫게 한다. 한 나라의 바이러스 감염이 단지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영화 속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고 예방을 위해선 손씻기가 중요하다는 점 등 많은 면에서 현재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연상시킨다.  한국에서 <감기>가 성공한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양해 보인다. <컨테이젼>이 다시 관객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다음 글에서 다루겠다.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 문화
    • 영화이야기
    2020-04-22
  • 김주희의 영화이야기 '신문기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이 올해 오스카 시상식에서 4관왕을 받으면서 국내외적으로 시선을 끌었다. 반면에 한국 영화배우 심은경이 올해 일본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일본영화 <신문기자>(2019)는 국내에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이 영화는 영화제목을 들었을 때 여러분이 상상하는 영화 이상의 영화다. 필자도 처음에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고발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상을 담고 있다.     <신문기자>는 도쿄 신문 사회부 기자 모치즈키 이소코가 쓴 동명 저서(논픽션)을 영화화했다. 그녀는 사학 스캔들 등 아베정권의 다양한 의혹을 조사한 기자다. 심은경은 영화속에서 토우토 신문의 사회부 기자인 요시오카 에리카 역을 맡았다. <신문기자>는 현재의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을 보여주며, 작금의 언론 또는 기자의 역할에 대한 강한 의문을 던진다. 일본의 언론 현실과 한국 언론 상황의 유사성을 발견하면서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또한 정권유지를 위해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정권의 불법 활동(민간인 사찰, 댓글 공작, 가짜 뉴스 살포)은 국가별로 차이가 없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영화 속의 에리카는 신문사에 익명으로 제보된 내각부가 인가한 신설 대학 건을 조사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이 지면 신문을 읽지 않은 젊은 세대이자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중앙일보, 나원정 기자, 2019. 10. 15) 그는 어떻게 하면 자신과 같은 젊은이들이 이 영화에 관심을 갖고, 영화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씨네플레이, 성찬일 기자, 2019. 10. 16). 그 결과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내각정보조사실에 근무하는 스기하라 타쿠미 (마츠자카 토리)를 영화 속에 작위적으로 탄생시켰다. 그의 삶과 그의 주변 인물과의 관계 (가족, 전/현직 직장 상사, 에리카)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신의 신념 또는 윤리와 조직에 대한 충성(조직의 압력)과의 사이에서 고민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갓 태어난 딸을 볼모로 한 상사의 협박 속에서 내가 스기하라와 같은 처지에 처해진다면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그의 고민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비난하기 어렵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의 전략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영화 속에서의 심은경은 잘 녹아들어 있었다. 아마 심은경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어쩌면 그가 한국배우라는 사실을 몰랐을 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래서 일본 아카데미에서도 심은경에게 여우주연상을 주었을 것이다. 한국영화와 달리 기승전결이 그리 뚜렷하지 않고, 감정 표현이 절제된 일본영화에서 심은경의 연기는 훌륭했다. 아마 한국 관객의 입장에서는 클라이맥스가 없는 밋밋한 영화라고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주인공의 연기 속에서 그들의 고뇌를 역력히 읽을 수 있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 멋진 연기를 보여준 심은경 배우에게 찬사를 보낸다. 심은경 배우의 일본 아카데미에서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경색된 한일 관계 속에서도 문화의 힘은 살아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 문화
    • 영화이야기
    2020-04-02
  • 김주희의 영화이야기 '82년생 김지영'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영화 <82년생 김지영>(2019)은 조남주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이 책은 2017년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으며 그 해 젠더 문제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필자는 이 책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 <82년생 김지영>를 보고는 책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먼저, 이 글의 목적은 현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남녀 간의 혐오를 부추기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힌다. 오히려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된, 같은 여자로서 내가 몰랐던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3살 먹은 딸을 기르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30대 전업주부를 통해 한국에서의 여성의 삶을 그린 영화다. 외부에서 볼 때 아무문제가 없어 보이는 화목한 가정의 주인공 김지영(정유미 분)은 마음의 병을 갖고 있다. 그녀가 가진 마음의 병은 어쩌면 오래전부터 꾹꾹 눌러오고 참아왔던, 그 누구에게도 풀 수 없던 무언가가(응어리가) 폭발하면서 생긴 병일지도 모른다. 딸을 위해 직장을 포기하고 육아를 하면서 겪는 육체적, 심리적 고통에, 전업주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더해지면서 그녀의 일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나보다 한참어린 영화 속 주인공 김지영의 아픔, 불안, 고민, 좌절 등이 가슴에 와 닿았다. 자신의 꿈을 포기한 후에 그녀가 느끼는 심리적 좌절, 사회와의 단절감, 외로움 등이 뼈 속까지 느껴졌다. 더군다나 전업주부에 대한 부당한 편견과 가족을 위한 그녀의 희생과 노력이 당연시 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녀가 느꼈을 억울함, 배신감 및 소외감 등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되었다. 그에 더해서 친가와 시가 및 직장 내에서의 남녀차별까지, 한국에서 여성으로서의 삶이 어떤지에 대한 깨달음을 주었다. 비록 이러한 상황이 모든 여성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마음의 병을 통해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깨달았다. 역시 영화라는 매체의 힘은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이 영화는 자녀도 없고, 따라서 육아를 해 본적도, 시댁도 경험해 보지 않았던 필자에게도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친구의 딸이 산후우울증이 심하다고 했을 때도 산후우울증이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공감하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부분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초점을 단순히 주인공 김지영이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몰고 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그녀가 느끼는 무력감, 자신감과 자존감의 하락이 경력 단절 여성으로 50대에 직장을 찾고 있던 필자가 느끼는 감정과 너무나도 닮아 있음에 놀랐다. 솔직히 영화 속 김지영도 필자 나이에 이르러 느낄 유사한 감정에 대해선 아직 모르고 있을 것이다.         <82년생 김지영>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들-낮은 출산율 (2019년 상반기 기준-0.98명), 아빠 육아 휴직의 어려움, 남녀 간 임금 격차, 두꺼운 유리 천장-에 대한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BBC 뉴스 (2019, 2, 23)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2018년 OECD 국가 중에서 남녀 간 임금격차가 가장 크다고 한다. 과거에 비해 양성평등이 많이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정 및 직장(조직) 내에서의 젠더에 의한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그러한 문화를 당연시 여기는 사회적 문화와 분위기 등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해야 할 대목이다. 이 글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 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여성들이 여성이 마주한 현실과 상황에 대한 인식이 나처럼 부족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처해진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 부분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사진 - (주)봄바람영화사      
    • 문화
    • 영화이야기
    2020-03-17

실시간 영화이야기 기사

  • 김주희의 영화이야기 '사냥의 시간'
    코로나 19에 쫓긴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에 의해 구원되다?                                               <사냥의 시간>(2020)은 2월 26일에 극장 개봉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인해 극장 상영이 전면 취소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4월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되기까지의 과정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받은 한국영화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한국영화산업에서의 넷플릭스의 위상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 사건이다.   이 영화는 <파수꾼>(2011)을 연출한 윤성현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윤성현 감독은 독립영화인 <파수꾼>으로 2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파수꾼>으로 윤 감독은 청룡영화상에서 신인 감독상을, 이제훈은 신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사냥의 시간>은 이 둘이 다시 만나면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필자에게 이 영화는 다른 방식으로 시선을 끌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 개봉이 취소되자,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리틀빅픽쳐스가 모든 판권을 넷플릭스에 팔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개봉을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영화도 개봉하고, 영화 제작비라도 회수 할 방법을 찾았던 것이다.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로부터 투자받지 않은 한국영화가 극장 개봉 없이 바로 넷플릭스로 간 첫 사례이다 (연합뉴스, 조재영, 2020. 3. 23). 이로써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 이후로 다시 한 번 한국영화산업에 개입했다. 당시에는 5천만불의 제작비를 제공하면서도 봉준호 감독의 창의성을 보장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한국 주요 영화관들의 <옥자> 상영 거부는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반면, 이번에는 넷플릭스가 투자배급사에게는 구원 투수와 같은 역할을 한 셈이다.   <사냥의 시간>은 IMF 시대에 출구가 없는 젊은이 4명의 이야기이다. 불법 도박장을 털어 해외에서의 새 삶을 꿈꾸지만, 추격자에게 쫓기는 줄거리다. 예고편을 본 후에는 영화를 보고 싶지 않았다. 단지 또 하나의 잔인한 폭력물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시각적인 잔인성보다는 숨을 조여오는 듯한 긴박감에 무게를 두면서 기존의 유사한 영화와 차별된다. 새로운 시도로 보여진다. 그러나, 영화에 잔인한 장면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안심도 되면서 긴박감도 떨어졌다. 뿐만아니라 이야기의 논리 전개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에 판매된 후 리틀빅픽쳐스와 이 영화의 해외 판매를 맡고 있던 콘텐츠판다간의 소송사건은 또 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콘텐츠판다는 약 30여 국가에 <사냥의 시간>을 판매했지만 리틀빅픽쳐스가 계약해지를 통보하자 소송을 냈다. 비록 양사의 합의로 잘 해결되어 넷플릭스에서 <사냥의 시간>을 볼 수 있지만, 이 사건은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제작비 회수를 위한 급한 마음은 잘 알겠지만, 상생의 정신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극장은 여전히 영화 개봉의 중요한 창구이며, 해외 협력사와 협력도 중요하다.   <사냥의 시간>의 개봉과정은 코로나19 라는 생각지 못했던 재난 앞에 영화계가 무방비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울러 영화관에 가기 쉽지 않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현실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영화 개봉의 또 하나의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영화는 반드시 영화관에서만 상영 또는 관람해야 한다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와 같이 비대면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장려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코로나 19사태가 빨리 진정되지 않는 한 넷플릭스로 직행하는 영화가 많아질 수 있다. 극장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는 적대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할 때이다.  <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  
    • 문화
    • 영화이야기
    2020-05-26
  • 김주희의 영화이야기 '컨테이전'
    코로나19와 ‘컨테이젼’     2주 전에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 발생이후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영화 <감기>(2013)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컨테이젼>(2011) 영화가 개봉 당시에는 흥행에 실패한 반면, 안방극장에서는 관객의 선택을 받은 이유를 살펴보겠다. 이 영화의 흥행 비결은, <감기>와 달리 영화지만 내용이 상당히 현실적이면서도 보편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대면 접촉과 손을 통해 감염된다는 점에서 현재의 COVID-19 상황과 유사한 점이 많다. 더 나아가 영화를 보면서 관객이 현재 처한 상황과 공감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작가인 스콧 번스는 WHO를 비롯한 바이러스 전문가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BBC News, 코리아, 2020, 3. 24).   <컨테이젼>은 크게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국 관객이 이러한 주요 부분에 쉽게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 같다. 첫째는 베스(귀네스 펠트로)가 홍콩 출장 후 미국으로 돌아와서 갑자기 사망한 후, 변화된 그녀 가족의 상황과 일상이다(사회적 거리두기와 손 소독하기 등). 둘째는 이 바이러스에 대한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대처이다. COVID-19로 인해 우리는 질병통제센터가 무슨일을 하는 곳인지 알고 있다. 베스 죽음의 원인과 그녀와의 접촉자를 조사하기 위해 미어스 박사(케이트 윈슬럿)를 미네소타로 파견한다. 그리고 백신 개발을 위해 노력한다. 셋째는 WHO의 최초 원인 규명 노력이다. WHO는 최초 감염원 및 감염자를 찾기 위해 박사를 홍콩으로 급파한다. 미국 질병통제센터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국가와 협력한다. 현재의 WHO가 하는 일과 겹쳐진다. 넷째는 이러한 혼란을 틈타 가짜 뉴스 제공을 통해 개인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블로거와 이러한 거짓 정보의 위험성이다. 앨런 크림워드(주드 로)는 개나리가 바이러스 치료에 약효가 있다는 거짓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폭동을 일으킨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의 엄청난 위험성과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즉, 인포데믹 (infodemic)의 현상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DAY 2라는 글자와 함께 미국, 홍콩, 런던에서의 동시 다발적인 급작스런 죽음들과 함께 시작되며, DAY 1이라는 글자와 함께 끝난다. 특히, 영화 마지막 무렵에 보여주는 바이러스 발생 경로는 우리에게 대기업에 의한 자연훼손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아쉬운 점은 영화적 상상이긴 하지만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 (박쥐+돼지)을 7일 만에 발견하고, 12일 만에 배양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 영화가 현실적인 면을 부각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이점은 아쉽다. 더군다나 바이러스 발생 29일째 백신을 찾아내고 약 4개월 만에 일반인에게 추첨을 해 공급하는데 이점도 매우 비현실적이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한지 3개월이 지나도록 바이러스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따라서 현재는 어떤 백신도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백신 발견 및 생산과정의 어려움 그리고 생산된 백신의 배분 문제도 매우 중요함을 일깨워 주었다.   이 영화는 대면 접촉과 손을 통한 감염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와 손 씻기 등을 강조한다. 바로 이러한 내용과 앞에서 언급한 줄거리 구성이 현재의 상황과 공감대를 이루면서 관객의 호응을 이끌었다고 판단된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며, 그들만의 문제도 아니고, 전 인류 공동의 문제라는 인식이 이번에 생겼으리라 기대한다.   <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
    • 문화
    • 영화이야기
    2020-05-06
  • 김주희의 영화이야기 '감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9(COVID-19) 환자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이후로 영화 <감기>(2013)와 <컨테이젼>(2011)이 안방극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두 영화 모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가져온 재난적인 상황을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두 영화의 이야기 전개 구조는 사뭇 다르다. 또한 극장에서 두 영화에 대한 한국 관객의 반응도 매우 달랐다. <감기>가 약 312만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 모은 반면, <컨테이젼>은 22만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하지만, 뉴스엔 기사에 따르면 <컨테이젼>은 IPTV를 기준으로 3월 15일 유료시청객이 극장 관객 22만명을 넘어섰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을까? 이번에는 먼저 <감기>를 논의하고 다음에는 <컨테이젼>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감기>는 <컨테이젼>보다 영화적인 요소에 충실하고 한국인에게 호소력을 가진 영화다. <감기>는 김성수 감독의 작품으로 치사율 100%의 치명적인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우리나라 경기도 분당에만 퍼진 이야기이다. <감기>는 영화 초반부터 이 바이러스에 대한 해결책을 암시해 주고 시작한다.   이 영화는 두 명의 주인공, 소방대원 강지구(장혁)와 감염내과 전문의 김인혜(수지), 그리고 이 둘을 이어주는 김인혜 딸(박민하)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감기>는 재앙수준의 재난 발생 상황에서 구조대원의 의무를 다하려는 남자 주인공과 딸에 대한 미안함과 애정으로 감염된 딸을 살리려는 엄마이자 여의사의 의지를 보여준다. 반면에, 미숙하면서도 무력에 기초한 정부의 대응, 정치인의 무지와 오만, 초기에 미국에 대한 굴종적 태도를 묘사하면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다. 아울러 분당 폐쇄조치 후의 시민의 공포와 혼란을 보여준다. 현재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강지구가 특별한 보호장구 없이 이야기 끝까지 병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점과 수많은 시체가 불타고 있는 속에서 미르를 찾아내는 과정은 영화적 상상이라도 해도 좀 지나치다. 더군다나 감염된 사망자 속에서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있었는데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한편, 영화 절정의 장면에서 김인혜의 딸 미르가 엄마를 보호하는 장면은 가슴이 뭉클하다. 한국 특유의 가족애를 강조한 모녀간의 사랑을 보여준다. 그러나 왠지 이 장면은 <부산행>(2016)의 마지막 장면과 많은 부분에서 겹쳐진다. 아버지와 딸, 임산부가 중심이 된 <부산행>과 같이 가족애를 강조하면서 눈물샘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전염병이라는 새로운 재난영화이자, 모녀의 끈끈한 정에 대한 호소, 강지구라는 소방대원의 헌신, 한국적 특수상황, 그리고 분당 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 그 속에서의 비감염자와 감염자에 대한 인권 유린 등의 요소가 흥행에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영화 <컨테이젼>은 보다 현실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감기>보다 2년 앞선 2011년에 스티븐 소더버그가 감독한 작품이다. 해외에서 입국한 환자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하고, 이와 유사한 상황이 전 세계에서 발생한다. 이 영화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세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우리가 글로벌 사회에 살고 있음을 절실히 깨닫게 한다. 한 나라의 바이러스 감염이 단지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영화 속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고 예방을 위해선 손씻기가 중요하다는 점 등 많은 면에서 현재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연상시킨다.  한국에서 <감기>가 성공한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양해 보인다. <컨테이젼>이 다시 관객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다음 글에서 다루겠다.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 문화
    • 영화이야기
    2020-04-22
  • 김주희의 영화이야기 '신문기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이 올해 오스카 시상식에서 4관왕을 받으면서 국내외적으로 시선을 끌었다. 반면에 한국 영화배우 심은경이 올해 일본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일본영화 <신문기자>(2019)는 국내에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이 영화는 영화제목을 들었을 때 여러분이 상상하는 영화 이상의 영화다. 필자도 처음에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고발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상을 담고 있다.     <신문기자>는 도쿄 신문 사회부 기자 모치즈키 이소코가 쓴 동명 저서(논픽션)을 영화화했다. 그녀는 사학 스캔들 등 아베정권의 다양한 의혹을 조사한 기자다. 심은경은 영화속에서 토우토 신문의 사회부 기자인 요시오카 에리카 역을 맡았다. <신문기자>는 현재의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을 보여주며, 작금의 언론 또는 기자의 역할에 대한 강한 의문을 던진다. 일본의 언론 현실과 한국 언론 상황의 유사성을 발견하면서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또한 정권유지를 위해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정권의 불법 활동(민간인 사찰, 댓글 공작, 가짜 뉴스 살포)은 국가별로 차이가 없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영화 속의 에리카는 신문사에 익명으로 제보된 내각부가 인가한 신설 대학 건을 조사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이 지면 신문을 읽지 않은 젊은 세대이자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중앙일보, 나원정 기자, 2019. 10. 15) 그는 어떻게 하면 자신과 같은 젊은이들이 이 영화에 관심을 갖고, 영화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씨네플레이, 성찬일 기자, 2019. 10. 16). 그 결과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내각정보조사실에 근무하는 스기하라 타쿠미 (마츠자카 토리)를 영화 속에 작위적으로 탄생시켰다. 그의 삶과 그의 주변 인물과의 관계 (가족, 전/현직 직장 상사, 에리카)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신의 신념 또는 윤리와 조직에 대한 충성(조직의 압력)과의 사이에서 고민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갓 태어난 딸을 볼모로 한 상사의 협박 속에서 내가 스기하라와 같은 처지에 처해진다면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그의 고민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비난하기 어렵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의 전략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영화 속에서의 심은경은 잘 녹아들어 있었다. 아마 심은경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어쩌면 그가 한국배우라는 사실을 몰랐을 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래서 일본 아카데미에서도 심은경에게 여우주연상을 주었을 것이다. 한국영화와 달리 기승전결이 그리 뚜렷하지 않고, 감정 표현이 절제된 일본영화에서 심은경의 연기는 훌륭했다. 아마 한국 관객의 입장에서는 클라이맥스가 없는 밋밋한 영화라고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주인공의 연기 속에서 그들의 고뇌를 역력히 읽을 수 있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 멋진 연기를 보여준 심은경 배우에게 찬사를 보낸다. 심은경 배우의 일본 아카데미에서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경색된 한일 관계 속에서도 문화의 힘은 살아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 문화
    • 영화이야기
    2020-04-02
  • 김주희의 영화이야기 '82년생 김지영'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영화 <82년생 김지영>(2019)은 조남주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이 책은 2017년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으며 그 해 젠더 문제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필자는 이 책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 <82년생 김지영>를 보고는 책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먼저, 이 글의 목적은 현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남녀 간의 혐오를 부추기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힌다. 오히려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된, 같은 여자로서 내가 몰랐던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3살 먹은 딸을 기르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30대 전업주부를 통해 한국에서의 여성의 삶을 그린 영화다. 외부에서 볼 때 아무문제가 없어 보이는 화목한 가정의 주인공 김지영(정유미 분)은 마음의 병을 갖고 있다. 그녀가 가진 마음의 병은 어쩌면 오래전부터 꾹꾹 눌러오고 참아왔던, 그 누구에게도 풀 수 없던 무언가가(응어리가) 폭발하면서 생긴 병일지도 모른다. 딸을 위해 직장을 포기하고 육아를 하면서 겪는 육체적, 심리적 고통에, 전업주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더해지면서 그녀의 일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나보다 한참어린 영화 속 주인공 김지영의 아픔, 불안, 고민, 좌절 등이 가슴에 와 닿았다. 자신의 꿈을 포기한 후에 그녀가 느끼는 심리적 좌절, 사회와의 단절감, 외로움 등이 뼈 속까지 느껴졌다. 더군다나 전업주부에 대한 부당한 편견과 가족을 위한 그녀의 희생과 노력이 당연시 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녀가 느꼈을 억울함, 배신감 및 소외감 등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되었다. 그에 더해서 친가와 시가 및 직장 내에서의 남녀차별까지, 한국에서 여성으로서의 삶이 어떤지에 대한 깨달음을 주었다. 비록 이러한 상황이 모든 여성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마음의 병을 통해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깨달았다. 역시 영화라는 매체의 힘은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이 영화는 자녀도 없고, 따라서 육아를 해 본적도, 시댁도 경험해 보지 않았던 필자에게도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친구의 딸이 산후우울증이 심하다고 했을 때도 산후우울증이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공감하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부분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초점을 단순히 주인공 김지영이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몰고 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그녀가 느끼는 무력감, 자신감과 자존감의 하락이 경력 단절 여성으로 50대에 직장을 찾고 있던 필자가 느끼는 감정과 너무나도 닮아 있음에 놀랐다. 솔직히 영화 속 김지영도 필자 나이에 이르러 느낄 유사한 감정에 대해선 아직 모르고 있을 것이다.         <82년생 김지영>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들-낮은 출산율 (2019년 상반기 기준-0.98명), 아빠 육아 휴직의 어려움, 남녀 간 임금 격차, 두꺼운 유리 천장-에 대한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BBC 뉴스 (2019, 2, 23)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2018년 OECD 국가 중에서 남녀 간 임금격차가 가장 크다고 한다. 과거에 비해 양성평등이 많이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정 및 직장(조직) 내에서의 젠더에 의한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그러한 문화를 당연시 여기는 사회적 문화와 분위기 등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해야 할 대목이다. 이 글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 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여성들이 여성이 마주한 현실과 상황에 대한 인식이 나처럼 부족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처해진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 부분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사진 - (주)봄바람영화사      
    • 문화
    • 영화이야기
    2020-03-17
  • 김주희의 영화이야기 '포드V페라리'
    켄 마일스는 왜 갑자기 속도를 줄였을까? <포드 V 페라리>      페라리와의 인연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필자는 그 해 자비를 들여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보러갔다. 그 곳에서 페라리를 처음으로 실물로 마주하게 되었다. 강렬한 빨간색과 근육질의 디자인은 필자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그 이후로 가장 좋아하는 차는 페라리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에서 우연히 포드 GT40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발견한 멋진 차였다. 어떻게 포드 자동차가 이런 차를 만들었지?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어려웠다. 이러한 나의 물음에 답하는 영화가 바로 <포드 V 페라리>(2019)이다.  자동차 대량생산의 선두주자인 포드사가 자동차 레이싱 대회에 뛰어 들어, 기존 우승자이자 레이싱 차의 대명사인 페라리와 경쟁해서 승리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이야기의 중심은 이러한 우승을 이끈 두 주역, 캐롤 쉘비(Carroll Shelby, 맷 데이먼)와 켄 마일스 (Kenneth Miles, 크리스찬 베일)이다. 당시 포드사의 대표인 헨리 포드 2세는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페라리를 물리치고 포드차가 우승하기를 바란다. 포드 자동차도 레이싱카를 제조할 능력이 있으며 또한 세계적인 레이싱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자동차 제조회사로서의 최고라는 이미지를 원한 것이다.  이를 위해 자동차 디자이너이자, 미국인으로는 최초로 같은 대회에서 우승한 캐롤 쉘비가 포드사 레이싱 팀 책임자로 선정된다. 그는 켄 마일스를 자신의 레이싱 팀 운전자로 스카웃한다. 켄 마일스는 자동차 엔지니어이자 레이싱 카 운전자로서의 능력은 탁월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는 원만하지 않다. 포드 자동차 부사장(비비)과의 어긋난 첫 만남은 그의 레이싱 대회 참석을 어렵게 만든다. 이로 인해 부사장과 켄 마일스에 깊은 신뢰를 가진 쉘비의 갈등은 증폭 된다. 결과적으로 캐롤 쉘비와 켄 마일스가 같이 개발한 포드 GT40(MkII)으로 66년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우승 할 수 있었지만, 비비의 간섭으로 인해 우승을 뺏긴다. 내부의 적이 외부의 적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비비의 명령을 어길 수도 있었는데 켄 마일스가 차의 속도를 갑자기 늦춘 부분에선 질문이 생긴다. 대회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최고의 시속으로 달리던 그가 7000 RPM에 도달했을 때 갑자기 숨을 몰아쉬다가, 갑자기 속도를 줄인다. 그는 왜 그곳에서 속도를 줄였을까? 더군다나 자신이 2등으로 밀렸다는 얘기를 듣고도 화조차 내지 않는다. 영화 속 쉘비의 대사처럼 차량의 무게도 느껴지지 않고 공간을 가로지는 몸만 느껴지는 상황에서 어떤 깨달음이 있었던 것 같다. 완벽한 랩을 추구하면서 최선을 다한 그가 무엇을 느낀 것일까? 관객들 각자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영화가 끝났을 때 마치 영화가 갑자기 중단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점이다. 대회 이후 새롭게 개발한 차종을 테스트하다가 켄 마일스는 사고로 죽는다. 그의 죽음이후 괴로워하던 쉘비는 켄의 가족을 보러 와서 아들에게 렌치를 돌려주고 가면서 끝난다. 하지만,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이들이 함께 개발한 포드 GT40이 66년, 67년, 68년, 69년 연속으로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우승했다는 자막이 아쉬움을 달래주긴 했다.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를 믿고 인정해 주는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다한 켄 마일스에게 경의를 표한다. 또한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 크리스찬 베일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 문화
    • 영화이야기
    2020-03-04
  • 김주희의 영화이야기 '기생충'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기생충>(2019) 영화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영화사와 세계영화사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 시점에서 한국영화의 글로벌 전략에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기생충>은 세계 공통의 문제인 빈부격차를 한국인 관점에서 한국적인 소재를 이용해 이야기 했음에도 한국과 미국을 넘어 많은 나라에서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배우도 없었고, 대사는 당연히 한국어였으며, 촬영 및 제작도 모두 한국에서 진행되었다. 하지만, <기생충>의 북미지역 수익은 2월 12일 기준 약 432억 7500만원이다. 비영어권 영화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와호장룡>(2000)의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도 크다고 한다( 중앙일보, 유성운 기자, 2020, 2, 13).  2000년 이래로 한국 상업영화의 북미 중심의 글로벌 전략은 보편적 주제나 양국이 관련된 소재에 중심을 두면서, 할리우드의 스타일을 따르려고 했다. 필자는 봉준호 감독도 <설국열차>(2013)와 <옥자>(2017)를 연출하면서 이러한 전략을 따랐다고 생각한다. <설국열차> 이전의 작품들은 (플란다스의 개<2000>,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 한국 사회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국의 특수성을 강조한 한국 관객을 위한 영화였다. 하지만, <설국열차>는 기후변화가 야기한 세상에서의 계급간의 문제를 다루었고, <옥자>는 유전자 조작을 통한 다국적 기업의 위선과 탐욕을 고발했다. 두 작품 모두 소수의 한국 배우와 함께, 할리우드 유명배우를 포함한 다양한 국적의 배우를 캐스팅 하였고, 따라서 영어가 대사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즉,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를 포함하고, 주요 언어는 영어로 하면서, 해외에서 외국인 스텝과 함께 작업을 해서 북미 관객을 포함한 글로벌 관객에게 호소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영화 <기생충>에 의해 빛을 잃었다. 봉준호 감독이 글로벌 관객을 목표로 만든 이 두 편의 영화보다, 한국 관객을 대상으로 한 영화가 세계적으로 통했기 때문이다. 화면에 친숙한 배우도 없고, 자막도 읽어야 하고, 장소도 낯선 한국이지만 다양한 나라의 관객이 이 영화에 공감했다. 반지하와 대 저택에서의 생활을 대조함으로써 빈부간의 격차라는 무거운 주제를 너무 어둡지 않고,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다루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영화적 상상이라 가능하긴 하지만, 기택(송강호)의 전 가족이 박사장(이선균) 집에 취업 되는 과정이 너무 쉽고 빠르다는 점이다. 아울러 기택이 살인하는 장면도 이해는 되지만,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의 결말 부분도 관객의 상상에 맡겼으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기생충> 영화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한국 영화는 그 자체로 해외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 문화
    • 영화이야기
    2020-02-17
  • 김주희의 영화이야기 '완벽한 타인'은 누구인가?'
          (사진제공 : 필름 몬스터)   <완벽한 타인>(2018)은 처음 관람 시에는 희열을, 리메이크임을 알았을 때는 실망감을, 원작을 본 후에는 다시 기쁨을 준 작품이다. 이 영화가 개봉될 즈음 필자는 한국영화에 싫증을 느끼고 있었다. 지나친 폭력과 잔인한 범죄, 권력자나 재벌의 악행과 비리,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와 <관상>(2013) 성공 이후 연이은 사극 이야기와 북한 관련 소재에만 몰두하고 있는 한국영화를 보고 싶지 않았다. 참신하면서도, 재미와 감동을 주는 현실적인 우리 이야기를 보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고, 영화를 보고 나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왜냐하면 근래에 보기 드문 멋진 한국영화를 만났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고 싶었던 바로 그 영화였다. 가장 가까이 있고 서로가 잘 안다고 생각해온 부부와 친한 친구가 얼마나 서로를 잘 모르고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휴대폰 게임을 통해 보여주는 영화다. 전화, 문자, 카톡, 이메일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벌어지는 실제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 얼마나 신선한가. 다름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내다니, 역시 한국 영화는 저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퍼펙트 스트레인저>(2016)의 리메이크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영화에 대한 실망감은 매우 컸다. 왜 우리나라는 이런 소재를 이용한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걸까, 같이 사는 부부, 죽마고우조차 완벽한 타인임을 상기시키며, 사회적 이슈를 담담하면서도 과장하지 않고 다룬 영화였다. 전반적으로 코미디 영화의 기운이 흐르지만 웃음 속에 아픔과 슬픔이 녹아 있는, 많은 시사점을 던지는 영화다. 더군다나 영화를 보면서 부부 및 친구 간에 서로 몰라야 될 비밀을 알아버린 이 상황을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지에 대해 매우 걱정했다. 그런데 반지를 통한 영화의 마무리는 매우 기발한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한다. 만약 모든 사실이 노출된 채 영화가 끝난다면, 부부 관계는 물론 친구 관계까지도 깨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게임이 하나의 상상이었음을 보여주면서 관객을 포함한 모두를 안심시켜 주며 끝난다. 다만 영화 <인셉션>(2010)을 보지 않은 관객은 이 부분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반지가 <인셉션>속의 토템(팽이) 역할을 하고 있다. <완벽한 타인>이 리메이크라는 점이 아쉬웠다.  그러나, 원작인 <퍼펙트 스트레인저>(2016)를 TV로 본 후 생각이 다시 달라졌다. 원작은 파올로 제노베제 감독이 연출한 이탈리아 영화다. 비록 리메이크 영화이긴 했지만, 원작 보다 <완벽한 타인> 더 좋았다. 이재한 감독의 연출력과 배세영 작가의 각본이 빛을 발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현실에 맞게 상황과 대사를 잘 바꾸었고, 없던 대사 및 장면도 적재적소에 추가했다. 예를 들면 정석호(조진웅)과 딸 정소영(지우)의 대화에서 소영의 남자 친구가 군대를 가는 설정은 한국 상황에 맞는 각색이었다. 또한, 배우도 각자의 역할에 맞게 캐스팅이 잘 되었고, 연기 또한 뛰어났다. 영화제작시 소재의 독창성 및 주제 명료성의 중요성과, 리메이크 영화도 수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영화다.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 문화
    • 영화이야기
    2020-02-05
  • 김주희의 영화이야기 '6 언더그라운드'
    <6 언더그라운드>와 넷플릭스   영화 <6 언더그라운드>(2019)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작품이다. 넷플릭스는 유료 가입자에게 영화, 드라마와 같은 동영상을 온라인상에서 제공하는 기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1월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세계 거장 감독들과 함께 영화를 제작해 왔다. 이 영화도 그러한 맥락에서 제작되었다. <6 언더그라운드>는 필자에게 두 가지 생각을 일깨워 주었다.    첫째는 넷플릭스가 영화시장에 끼친 영향력이다. 많은 영화감독들이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한다’는 생각의 약화와 영화 관람 형태의 변화를 체감하며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영화의 감독인 마이클 베이도 한국에서의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 3~4년간 영화 시장이 많이 변했어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사람들 역시 영화를 다른 방식으로 보고 싶어 하죠." 라고 말했다. (박효정, 2019, 12, 2, 연합뉴스 TV)   더군다나 <6 언더그라운드>는 액션 블록버스터로 화면이 큰 영화관에서 좋은 음향시설과 함께 볼 때 영화를 제대로 만끽 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마이클 베이 감독도 넷플릭스와 함께 이 영화를 제작했다. 이런 사실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둘째는 <6 언더그라운드>를 본 후에 넷플릭스 전략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는 영화의 거장들이 제작하기 원하는 영화에 전액을 투자하면서도 그들에게 완전한 창작의 자유를 보장해 왔다. 필자는 한국영화가 감독의 자율성 존중보다는 적당한 규모의 제작비를 투입하여 일정 정도의 흥행을 위한 영화를 기획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따라서 넷플릭스의 이러한 행보는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또한 상업성이 부족해 자금 지원을 못 받던 영화들이 제작되고, 영화가 다양해진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감독에게 주어진 창작의 자율성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교훈을 주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진주만>(2001), <나쁜 녀석들 2>(2003)와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연출했었다. 비록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후반으로 갈수록 재미와 흥미가 떨어지긴 했지만, 이번 작품에 대해선 기대가 컸다. 1억 5천만 달러(약 1900억원)의 어마어마한 제작비와 예고편 장면들은 기대를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동생이 LG 유플러스에 가입한 덕에 TV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영화 초반에 카레이서를 등장시킨 차량 추격 장면을 제외하면 기대에 많이 못 미쳤다. 죽음을 가장한 6명의 정예요원들이 세상의 악을 물리치는 이야기이지만, 줄거리 구성이 너무 단순하고 단조로웠다. 마치 남자 고등학생이 한때 가졌던 만화적 상상을 옮겨 놓은 듯한 영화였다. 이러한 작품에 엄청난 제작비를 투자하고, 유명 배우들을 캐스팅하다니 아쉬움이 컸다.  관객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영화 제작을 위해선 때로는 전문가의 관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넷플릭스도 이제는 소수의 거장 영화감독에게 거대한 제작비를 투자 할 경우 현재의 제작 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 문화
    • 영화이야기
    2020-01-28
  • 김주희의 영화이야기 '백두산'
        <백두산>(2019)은 재난 영화다. 쓰나미 공포는 <해운대>(2009)에서, 전염병의 무서움은 <감기> (2013)를 통해서, 좀비에 대한 두려움은 <부산행>(2016) 기차에서 경험했다면, 화산 폭발에 대한 공포는 <백두산>을 통해서 실감했다. 이 영화는 백두산 화산이 폭발하자, 추가 폭발이 한반도 전역에 미칠 엄청난 피해를 막기 위해 남측의 조인창(하정우) 대위와 북측의 리준평(이병헌)이 협력하는 이야기이다. <백두산>은 백두산 화산 폭발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화산 폭발이 가져올 막대한 피해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서 처음 든 생각은 우리나라의 시각효과, 특히 특수효과도 훌륭하다는 것이었다. 지진이 나서 건물이며 다리가 무너지는 장면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었다. <미스터 고>(2013)를 제작하고, <신과 함께: 죄와 벌>(2017)과 <신과 함께: 인과 연>(2018)의 시각효과를 담당한 덱스터 스튜디오의 실력은 역시 대단했다. 이 영화를 통해 백두산이 폭발하면 한반도에는 안전지대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에 대한 준비의 필요성도 깨달았다. 하정우와 이병헌의 연기도 좋았고, 그들 간의 호흡도 좋았다. 하지만 줄거리 구성은 좀 아쉬웠다. 두 가족 (조인창과 리준평 가족)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관객에게 감동을 주기 위한 인위적인 노력으로 읽혔다. 또한,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 몇 몇 장면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산달이 다 된 임산부가 커다란 파도에 휩쓸린 차안에서 혼자 무사히 빠져 나온 상황 등… 어쩌면 재난영화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예의가 아닐 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고 나니, 백두산 화산이 폭발할 가능성이 궁금해졌고, 검색을 시작하였다. 2017년에 YTN 사이언스에서 제작한 백두산 관련 특별 다큐멘터리를 찾았다. 다큐멘터리는 한국, 북한, 중국, 일본을 비롯한 세계의 학자들이 백두산을 연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중국은 백두산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일본은 백두산 화산 폭발 시 영향권에 있다. 영화 속에서도 보여주지만 백두산 폭발은 단지 남북한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점에서 우리 자체의 대책이 필요하다. <백두산>은 백두산에 대한 필자의 무지를 일깨우고 화산 폭발에 대한 일종의 교육을 시켜주었다. 이러한 점에서 재난 영화 <백두산>은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보여 진다.   김주희 영화칼럼니스트
    • 문화
    • 영화이야기
    2020-01-06
비밀번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