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2-0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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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네’의 팔레트 위에 솟아오른 ‘달리’의 신기루
    서정원의 영종이야기 - (2)   인천대교는 인천 송도와 영종도를 잇는 다리다.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최장 사장교 중 하나. 나에게 이 다리는 관광 명소가 아니다. 육지로 나가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반드시 건너야 하는 생활의 통로다.   육지로 향하는 날이면 나는 늘 연안부두의 해수탕으로 향한다. 반복되는 일상, 반복되는 길.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다리에서는 매번 같은 풍경을 보지 못한다.   영종도에서 송도로 향할 때, 시선은 정면이 아니라 자꾸만 백미러로 흐른다. 앞에 펼쳐진 풍경보다, 뒤에 남겨진 영종 앞바다가 나를 붙잡기 때문이다. 백미러 속 바다는 마치 두 얼굴의 여인 같다. 만조일 때면 세상의 모든 물을 끌어모아 은빛 치맛자락을 아낌없이 펼치고, 썰물일 때면 속살처럼 드러난 갯벌을 숨김없이 내보인다. 채워짐도 비워짐도 모두 자연스럽다. 어느 하나 흉하지 않고, 어느 순간도 경이롭지 않은 때가 없다.   안천대교를 배경으로 영종의 하늘이 노을로 물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진짜 마법은 돌아오는 길에 시작된다.   목욕을 마치고 영종도로 향하는 저녁, 하늘은 서서히 라벤더 빛으로 물든다. 그 색은 너무 선명해, 마치 ‘프로방스의 저녁’을 그려낸 한 폭의 명화 같다. 건초에 스며든 라벤더 향이 코끝에 닿는 듯한 착각 속에서, 하루 종일 뾰족해졌던 마음과 몸이 천천히 풀린다. 라벤더와 오렌지, 그리고 터키색이 겹쳐지는 하늘. 그것은 클로드 모네의 팔레트가 통째로 하늘에 쏟아진 듯한 순간이다.   해가 기울수록, 그 황홀한 색채 아래에서 영종도의 윤곽이 서서히 떠오른다. 이때의 영종도는 더 이상 섬이 아니다. 그것은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바다 위에 솟아난 신기루다. 푸른 파도 대신 모래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은 착각.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바다 한가운데서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한 기묘한 감각이 찾아온다.   이 아이러니한 풍경을 매주 건너며, 나는 깨닫는다. 인천대교는 단순한 교량이 아니라는 것을. 이 다리는 모네와 달리가 영종의 문 앞에서 건네는 가장 비밀스럽고도 황홀한 초대장이다.   그러니 독자여, 인천대교를 그저 공항으로 향하는 빠른 통로로만 지나치지 말기를. 잠시 속도를 늦추고,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기를. 그리고 이 섬에 직접 발을 디뎌보기를. 석양과 파도가 숨겨둔 수많은 비밀이 아직도 영종도에는 남아 있다. Welcome to the Secret Island.   서정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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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원의 영종이야기
    2026-02-04
  • 섬 - 영종도. 그 빛나는 비밀
    < 서정원의 영종이야기>   이번호부터 ‘서정원의 영종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서정원님은 행정고시를 거쳐 중앙부처 공무원으로 재직했으며, 10여 년의 외국 생활을 끝내고 귀국해 여러 곳에서 살다가 영종의 매력에 빠져 영종살이를 시작한 6년차 주민입니다. 틈틈이 글쓰기를 해 온 필자는 무엇보다 모든 감각을 동원해 사물과 사람을 관찰하고 그것을 애정이 가득한 그녀만의 문장으로 풀어내 글맛을 더해 줍니다. 스치고 지나갔던 풍경, 사람들 그리고 영종에 사는 이야기가 그녀의 글에서 새롭게 조명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곳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멋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살고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될 것입니다. 좋은 글을 기고해 주시기로 한 서정원님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주) 하와이의 찬란한 광채 속에서 나는 뜻밖에도 낙원의 무게를 배웠다. 아무리 태양이 눈부시게 내려앉아도, 사람들의 얽히고설킨 사연이 뒤엉킨 그곳에서 낙원은 끝내 실낙원으로 스러지고 말았다. 그 깨달음을 조용히 품은 채, 나는 영종에 닿았다. 영종의 첫인상은 ‘작은 섬’ 그 자체였다. 자연스레 하와이보다 더 좁고, 더 갇혀 있으리라 오만하게 짐작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첫 바람과 함께 산산이 흩어졌다.   영종의 바람은 오래된 그리움을 품은 듯, 하와이의 습하고 격정적인 기운과는 전혀 다른, 맑고 이완된 공기를 건네주었다. 그것은 고립을 속삭이는 바람이 아니라, 경계로부터의 해방을 알려주는 바람이었다. 영종은 분명 섬이다. 하지만 이곳의 연육교는 섬의 운명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그 다리는 단지 육지와 이어지는 길이 아니다. 세상과 적당한 거리를 두게 해주는 현실의 쉼표이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드나들 수 있는 ‘나만의 낙원’으로 이어지는 은밀한 통로다. 인천의 일부이면서도 세계를 품고 있는 곳? 거대한 활주로를 따라 하늘로 솟아오르는 비행기들은 이 섬의 경계를 매 순간 허물며, 이 작은 땅이 세계의 시작점임을 묵묵히 증명하고 있었다. 영종은 섬이 지닌 고독한 침잠과, 세계로 끝없이 뻗어가는 확장성을 동시에 품고 있는 드문 장소였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랬다. 하와이에서 쌓인 상처 때문에 벽을 두르려 했던 나는, 영종 특유의 담백하고 꾸밈없는 일상 속에서 그 벽이 서서히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다. 사람을 알고, 이 도시의 생활을 공유할수록 영종은 단순한 거주지를 넘어, 다시 빛을 되찾은 낙원으로 자리 잡았다.   영종은 내가 잃었던 낙원을 다시 세워준, 숨어 있는 나의 빛나는 비밀이다. 이제 그 비밀을 하나씩 풀어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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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원의 영종이야기
    2026-01-21

실시간 서정원의 영종이야기 기사

  • ‘모네’의 팔레트 위에 솟아오른 ‘달리’의 신기루
    서정원의 영종이야기 - (2)   인천대교는 인천 송도와 영종도를 잇는 다리다.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최장 사장교 중 하나. 나에게 이 다리는 관광 명소가 아니다. 육지로 나가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반드시 건너야 하는 생활의 통로다.   육지로 향하는 날이면 나는 늘 연안부두의 해수탕으로 향한다. 반복되는 일상, 반복되는 길.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다리에서는 매번 같은 풍경을 보지 못한다.   영종도에서 송도로 향할 때, 시선은 정면이 아니라 자꾸만 백미러로 흐른다. 앞에 펼쳐진 풍경보다, 뒤에 남겨진 영종 앞바다가 나를 붙잡기 때문이다. 백미러 속 바다는 마치 두 얼굴의 여인 같다. 만조일 때면 세상의 모든 물을 끌어모아 은빛 치맛자락을 아낌없이 펼치고, 썰물일 때면 속살처럼 드러난 갯벌을 숨김없이 내보인다. 채워짐도 비워짐도 모두 자연스럽다. 어느 하나 흉하지 않고, 어느 순간도 경이롭지 않은 때가 없다.   안천대교를 배경으로 영종의 하늘이 노을로 물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진짜 마법은 돌아오는 길에 시작된다.   목욕을 마치고 영종도로 향하는 저녁, 하늘은 서서히 라벤더 빛으로 물든다. 그 색은 너무 선명해, 마치 ‘프로방스의 저녁’을 그려낸 한 폭의 명화 같다. 건초에 스며든 라벤더 향이 코끝에 닿는 듯한 착각 속에서, 하루 종일 뾰족해졌던 마음과 몸이 천천히 풀린다. 라벤더와 오렌지, 그리고 터키색이 겹쳐지는 하늘. 그것은 클로드 모네의 팔레트가 통째로 하늘에 쏟아진 듯한 순간이다.   해가 기울수록, 그 황홀한 색채 아래에서 영종도의 윤곽이 서서히 떠오른다. 이때의 영종도는 더 이상 섬이 아니다. 그것은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바다 위에 솟아난 신기루다. 푸른 파도 대신 모래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은 착각.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바다 한가운데서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한 기묘한 감각이 찾아온다.   이 아이러니한 풍경을 매주 건너며, 나는 깨닫는다. 인천대교는 단순한 교량이 아니라는 것을. 이 다리는 모네와 달리가 영종의 문 앞에서 건네는 가장 비밀스럽고도 황홀한 초대장이다.   그러니 독자여, 인천대교를 그저 공항으로 향하는 빠른 통로로만 지나치지 말기를. 잠시 속도를 늦추고,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기를. 그리고 이 섬에 직접 발을 디뎌보기를. 석양과 파도가 숨겨둔 수많은 비밀이 아직도 영종도에는 남아 있다. Welcome to the Secret Island.   서정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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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원의 영종이야기
    2026-02-04
  • 섬 - 영종도. 그 빛나는 비밀
    < 서정원의 영종이야기>   이번호부터 ‘서정원의 영종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서정원님은 행정고시를 거쳐 중앙부처 공무원으로 재직했으며, 10여 년의 외국 생활을 끝내고 귀국해 여러 곳에서 살다가 영종의 매력에 빠져 영종살이를 시작한 6년차 주민입니다. 틈틈이 글쓰기를 해 온 필자는 무엇보다 모든 감각을 동원해 사물과 사람을 관찰하고 그것을 애정이 가득한 그녀만의 문장으로 풀어내 글맛을 더해 줍니다. 스치고 지나갔던 풍경, 사람들 그리고 영종에 사는 이야기가 그녀의 글에서 새롭게 조명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곳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멋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살고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될 것입니다. 좋은 글을 기고해 주시기로 한 서정원님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주) 하와이의 찬란한 광채 속에서 나는 뜻밖에도 낙원의 무게를 배웠다. 아무리 태양이 눈부시게 내려앉아도, 사람들의 얽히고설킨 사연이 뒤엉킨 그곳에서 낙원은 끝내 실낙원으로 스러지고 말았다. 그 깨달음을 조용히 품은 채, 나는 영종에 닿았다. 영종의 첫인상은 ‘작은 섬’ 그 자체였다. 자연스레 하와이보다 더 좁고, 더 갇혀 있으리라 오만하게 짐작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첫 바람과 함께 산산이 흩어졌다.   영종의 바람은 오래된 그리움을 품은 듯, 하와이의 습하고 격정적인 기운과는 전혀 다른, 맑고 이완된 공기를 건네주었다. 그것은 고립을 속삭이는 바람이 아니라, 경계로부터의 해방을 알려주는 바람이었다. 영종은 분명 섬이다. 하지만 이곳의 연육교는 섬의 운명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그 다리는 단지 육지와 이어지는 길이 아니다. 세상과 적당한 거리를 두게 해주는 현실의 쉼표이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드나들 수 있는 ‘나만의 낙원’으로 이어지는 은밀한 통로다. 인천의 일부이면서도 세계를 품고 있는 곳? 거대한 활주로를 따라 하늘로 솟아오르는 비행기들은 이 섬의 경계를 매 순간 허물며, 이 작은 땅이 세계의 시작점임을 묵묵히 증명하고 있었다. 영종은 섬이 지닌 고독한 침잠과, 세계로 끝없이 뻗어가는 확장성을 동시에 품고 있는 드문 장소였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랬다. 하와이에서 쌓인 상처 때문에 벽을 두르려 했던 나는, 영종 특유의 담백하고 꾸밈없는 일상 속에서 그 벽이 서서히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다. 사람을 알고, 이 도시의 생활을 공유할수록 영종은 단순한 거주지를 넘어, 다시 빛을 되찾은 낙원으로 자리 잡았다.   영종은 내가 잃었던 낙원을 다시 세워준, 숨어 있는 나의 빛나는 비밀이다. 이제 그 비밀을 하나씩 풀어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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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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